'6성호텔' 반얀트리 서울, 매각 연기...'김정일 불똥'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11.12.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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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방북길… 유력후보 현대측 요청에 이날로 예정된 입찰, 내달로 연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News1↑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News1


'신귀족 클럽'을 표방하는 6성급 호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하 반얀트리)매각이 연기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불똥이 튀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반얀트리의 시행사 어반 오아시스와 시공사 쌍용건설 등 채권단은 인수의향서(LOI) 제출한 인수후보를 대상으로 이날 매각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유력후보인 현대그룹 측의 요청으로 입찰을 내달로 미뤘다.
쌍용건설은 반얀트리의 부채를 포함해서 최대주주 지분 95%를 매각할 계획이다. 나머지 5%는 개인 투자자 지분으로 매각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대 측에서 입찰 연기를 요청한 이유는 지난 19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중단됐던 대북사업으로 그룹 역량이 쏠린데다, 현정은 회장이 이날 조문을 위해 방북 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이희호 여사 등 조문단은 이날 오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해 육로로 북한 방문 길에 올랐다.



이번 반얀트리 인수전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정은 회장의 방북과 더불어, 현대증권의 유상증자 작업 등이 겹치면서 현대그룹이 이례적으로 입찰 연기를 요청한 것.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현대 측에서 입찰 연기를 요청해왔다"며 "쌍용건설 측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일정을 연기키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반얀트리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현대그룹, 부영건설 등 국내 대기업과 반얀트리와 함께 남산에 위치한 경쟁 업체인 호텔신라.
한진가의 CXC, 사모투자펀드(PEP) 엑티엄, 메릴린치 등도 인수에 관심을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얀트리의 매각금액은 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얀트리는 부동산개발업체 어반 오아시스가 지난 2007년 3월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에 위치한 옛 타워호텔의 2만4720㎡(약 7500평) 규모의 부지를 1200억 원에 사들여 쌍용건설에 리모델링 공사를 맡겨 새롭게 탄생한 6성급 호텔이다.

싱가포르의 고급 호텔체인인 반얀트리와 20년간 클럽 운영계약을 맺고 2010년 6월 정식으로 문을 열면서 W호텔, 파크하얏트호텔에 이은 국내 세 번째 6성급 호텔로 주목받았다. 강북에서는 첫 6성급 호텔로 개인 회원권 가격이 1억3000만원에 달하는 등 '럭셔리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분양실적이 저조해 시행사인 어반 오아시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시공사인 쌍용건설에 공사대금 1378억원 가운데 절반이나 되는 700억원대의 금액을 갚지 못한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1500억원 중 800억원 역시 납입하지 못하는 등 재정난을 겪어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얀트리는 도심내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6성급 호텔이라는 점에서 대기업의 관심이 높다"며 "기대 이상으로 반얀트리 인수에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쌍용건설도 반얀트리 매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급순위 14위인 쌍용건설도 매각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캠코(38.8%) 등 7개 채권금융회사(주식매각협의회)가 보유한 50.07%(1490만6000주)에 대한 지분 매각을 실시한다. 매각 주간사는 언스트앤영-신한금융투자 컨소시엄이다. 반얀트리 매각의 성공 여부에 따라 쌍용건설의 재무구조가 개선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반얀트리 매각 작업에 관심이 높다는 게 IB업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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