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번갯불' 개국…미디어렙은 낮잠만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1.12.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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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시장 무법상태에서 종편 개국…시장 혼란 현실화

"A그룹은 12월에 개국 광고 명목으로 각 20억원씩 했다는데, 우린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예요."(B그룹 광고담당자)

1일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일제히 개국하면서 광고 시장 정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도· 광고를 분리하는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이 3년째 표류상태기 때문이다.

종편의 '황금' 채널 배정에는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신속하게 나서는 정부가 시장질서의 근간이 되는 제도 마련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 각 3인으로 구성된 미디어렙 6인소위원회는 종편 개국 전날인 11월30일 미디어렙 법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말까지 미디어렙법을 제정 또는 개정해 처리할 것'과 '미디어렙법 입법 시 중소방송사 지원을 위해 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의 지원 수준 이상을 반드시 유지하도록 강제규정을 둔다'는 내용의 합의문도 발표했다.

하지만 여야는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두고서는 서로 평행선을 달렸고 법 적용 시점에 대한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종편도 미디어렙에 들어와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키지 않고 자율 영업을 하도록 하되 3년 뒤 종편을 미디어렙에 넣을지를 다시 판단하자는 입장이다.

종편의 자율 영업을 두고 의견차가 큰 상황에서, 합의문대로 연내 미디어렙법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3년이나 법안마련을 미루다가 종편 개국 때까지도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난을 의식해 정치권이 면피용 합의를 한 것"이라며 "거대 신문을 업고 있는 종편을 당장 미디어렙 법안에 포함시키기가 부담스러워 시간을 끌어온 정부와 국회가 당장 얼마나 추진력 있게 진행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사이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종편이 직접 광고 영업을 하면서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인 SBS (21,400원 ▼500 -2.28%)와 MBC는 종편의 직접영업을 빌미로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했거나 설립 준비를 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모든 책임을 국회로 떠넘기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상파들이 광고를 직접 판매한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혼란을 일으킬 것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종편의 직접 광고 영업을 용인하는 뜻을 내비췄다.

종편이 광고시장 무법상태에서 무더기 출범하면서 기업들은 울상이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해외수출이 줄고 내수도 침체된 상황에서 종편의 과도한 광고요구까지 받아줘야 할 쳐지다. 광고단가의 근거가 되는 시청률도 안나온 상황에서 종편은 광고료로 공중파의 70% 이상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케이블TV보다 10배나 많은 수준이다.

C그룹 광고 담당자는 "연말 실적 맞추기도 빠듯한데 각 계열사에 얼마씩 의무할당을 하면서 광고료를 모으는 상황"이라며 "방송광고 자체가 없는 기업들은 이제 와서 종편 때문에 광고를 제작할 수도 없어서 협찬 등 다양한 명목을 만들어가며 '울며 겨자먹기'로 광고료를 주고 있다"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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