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새 '두번 자른' 위메프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1.11.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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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200명 대량해고" 파문… "적자 해소 위해 직원 희생" 비판 고조

"2011 위메프 사원을 대국민 공개 채용합니다."

3개월에 걸쳐 500명을 뽑겠다고 '큰 소리' 쳤던 것이 지난 8월.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이 업체는 '인력감축'을 이유로 100명이 넘는 직원을 권고사직으로 내보냈다. 나무인터넷에서 운영하는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위메이크프라이스)' 이야기다.

최근 단행된 위메프의 대규모 인원감축과 관련해 논란이 거세다. 시장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덩치를 키워온 소셜커머스 업체가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규모로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속전속결 정리해고… 한 사람 두 번 자르기도

현재 퇴직자들이 주장하는 이번 감축 인원은 약 200명 정도. MD와 콘텐츠 팀의 인원 대부분이 권고사직을 받은 데 따라 추정한 인원수다. 최근 파견직 형태로 고용됐다 3개월 만에 팀 전체의 계약이 해지된 AP(after promotion) 등의 인원도 포함됐다.

이에 비해 위메프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밝힌 감축인원은 100여명. 그러나 회사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인원 규모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해고 과정. 실제로 이와 관련해 퇴직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퇴직자 중 한명인 김모씨. 올 초 위메프 에디터로 채용됐지만 지난 6월 첫번째 해고 통보를 받았다.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새롭게 팀을 꾸렸지만, 그 동안 MD가 직접 맡아오던 업무를 따로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씨 입장에서 더욱 황당한 것은 이후의 과정이었다. 해고 2~3주 뒤 사측은 김씨에게 재고용 의사를 전달했고, 불과 5개월 만에 두번 째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김 씨는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두 번 이상 해고된 팀원들이 더 있다"며 "직원 500명을 거느린 규모의 회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일자리를 손쉽게 만들었다 없애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고 일침을 놓았다.

강서지역 MD 팀에서 일하던 홍모씨 역시 이번 대규모 인원감축으로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홍씨는 "한 달 전쯤인 9월 초부터 대다수 MD들에게 매출 실적이 좋지 못하니 3개월 동안 무급으로 일하고 재평가 기회를 갖든가, 아니면 알아서 정리를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회사는 매출 실적을 기준으로 C급으로 평가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하며 이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기준은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홍씨가 속해있던 홍대 상권의 경우는 개인당 매출 취급고 4200만원이 경계선. 김씨는 "단가가 센 뷰티쪽도 월 5개는 거래를 성사시켜야 가능한 액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준을 회사가 꼬투리용으로 사용한 셈이다"고 주장했다.

MD들의 실적을 문제삼기 시작한지 한달만인 지난 10월 초, 홍씨는 본사로부터 권고사직을 제안받았고 1주일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홍씨가 근무하던 강서지역 사무실 역시 일주일만에 정리됐다. 그는 "일주일 만에 사무실을 정리했다는 건 이미 권고사직 훨씬 전부터 준비를 했다는 얘기 아니냐"며 "우리 팀 외에도 프랜차이즈 메가딜 팀을 비롯해 MD나 콘텐츠 관련 업무는 팀원 전원이 해고 대상에 포함된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 위메프 "벤처라서 업무 파악 못했다"

위메프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신생업체이기 때문에 어떤 업무가 필요할 지 정답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필요할 것 같은 업무와 관련해 인력 채용에 나섰지만 실제 운영해 보니 그만큼의 효율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단호하게 구조조정을 감행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소셜커머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 것은 불과 1~2년 사이의 일. 더욱이 빅4 경쟁업체들이 대규모 마케팅비를 투자하며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메프 역시 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운영을 해보니 비효율적인 부분이 드러났고, 적자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위메프는 지난 7월 허민 대표체제의 출발과 함께 지역 포털 사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메프가 소셜커머스 사업을 접고 본격적인 지역 포털 플랫폼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위메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사업 자체를 접는 것은 아니다"며 "고위직을 중심으로 업무가 적성에 안 맞는 직원들을 추려내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안다.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이었다"고 이해를 당부했다. 그러나 해고 대상의 절반 이상이 MD나 사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1주일 전 급작스런 통보에 대해서도 "소셜커머스 업체 간 인력 이동이 잦기 때문에, 경쟁사로 회사 기밀 유출 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해고 대상자들에게 한달치 월급을 지급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 예고 수당'을 적용한 것일 뿐이다.

지난 8월 실시한 대규모 공채와 관련해서는 "현재도 공채는 진행 중이다"며 "다만 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어느 팀이 없어지고 새로 생길지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위메프 측은 500명 정도 인력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며 지역 포털 사업에 필요한 개발인력을 충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권고사직에 동의… 억울한 퇴직자

"정말 억울한 건 다들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왔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신고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기자가 만난 취재원의 표정에는 분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IT벤처 기업 직원들의 경우 평균 연령이 낮고, 위메프만 하더라도 20대 초반이 대부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에서 부당하게 대우를 해도 '잘 몰라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소셜커머스업계를 비롯한 벤처 기업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 준 사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노동위원회 상담원은 "부당 해고 여부는 결과를 두고 판단하도록 돼 있다"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해고 과정에서 사측이 부당한 압박을 주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근로자들이 느낀 '압박의 정도'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를 근로자가 객관적으로 증명해 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이럴 경우 근로자가 3개월 무급 근로 제안이나 권고사직을 지속적으로 권유 받더라도 동의를 하지 않고 버티다가 해고를 당했다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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