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타운하우스'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11.09.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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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기자의 부동산 IndustOry]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타운하우스'


최근 택지개발지구를 돌아다녀보니 '파격 할인분양'이란 현수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택지개발지구에 지어진 타운하우스 미분양분을 특별분양한다는 광고 현수막이죠. '20% 특별할인' '최대 5억 할인' 등 그 폭이 글자 그대로 파격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파격 할인분양 대상이 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지만 타운하우스도 잘 나가던 한때가 있었습니다. 2006년을 정점으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아파트의 편의시설과 도심 속 전원생활의 결합을 표방한 타운하우스가 대체재로 주목받았습니다.



타운하우스는 주택법상 용어가 아니어서 정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보통 편의시설을 갖춘 저층 빌라단지나 완전히 독립된 단독주택단지를 타운하우스라고 합니다.

기원에 대해선 갑론을박하지만 업계에선 2005년 분양된 경기 파주 '헤르만하우스'를 현대적 타운하우스의 효시로 봅니다. 복층형태의 벽이 붙어 있는 빌라형으로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설계와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버금가는 편의시설을 갖춰 인기를 끌었습니다. 개그맨 유세윤씨의 신혼집으로 방송에 나가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이후 건설사들은 택지지구에 앞다퉈 타운하우스 짓기에 나섰습니다. 경기 용인 동백과 동탄이 대표적입니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시장을 지배하던 때여서 대부분 중대형으로 지어졌고 주로 수입자재를 써서 분양가도 1채당 10억~20억원대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골프장 페어웨이 옆에 짓는 골프빌리지형 타운하우스도 부유층의 이른바 '세컨드하우스'로 각광받았습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고 이타미 준이 설계해 유명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골드컨트리클럽(CC) 내 '아펠바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왕국'이란 불명예를 벗어나게 해줄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던 타운하우스가 불과 수년 만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환금성 때문입니다. 부동산은 팔고 싶을 때 바로 팔려야 자산으로서 가치를 갖는데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에 비해 잘 팔리지 않습니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듯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자산 중 하나였던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니 다른 것은 더 하겠죠. 더구나 부유층을 타깃으로 대부분 10억원 넘는 가격대에 분양됐으니 덩치가 커서 새 주인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구수 제한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택지지구 내 타운하우스의 경우 단지당 50가구 미만으로 지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면적을 키우고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정부는 "일부 부유층과 동호회 등을 타깃으로 고급 주택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를 완화할 경우 제도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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