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학습 역(逆)효과'(?)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1.08.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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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들어 카드론이 크게 늘었다. 주식활동계좌는 사상 최대라는 보도도 있었다. 돈에 꼬리표가 없으니 카드론 급증과 주식계좌 급증을 기계적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어김없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다. 주변에서 이달 초 카드론을 받아 주식시장에 뛰어든 경우를 보기도 했다.

[기자수첩]'학습 역(逆)효과'(?)


카드론까지 받아 주식을 사도록 한 것은 '학습효과'일 것이다. 급락할 때 주식을 사면 돈 벌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그동안 수차례 증명됐으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은 '시간'이다.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는 '이벤트'인지, 아니면 인내심을 요구하는 '구조적 문제'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기회비용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 학습효과를 믿고 대출 받아 시장에 뛰어 들었던 투자자라면 지금은 높은 이자만 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가 혈관이 갑자기 막힌 것이라면 지금의 재정위기는 팔이나 다리 하나가 부러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혈관이 막힌 것은 생명에 치명적이지만 팔·다리 골절은 생명과는 무관하다. 대신 막힌 혈관은 응급수술로 뚫을 수 있지만 부러진 팔·다리는 뼈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전 형성됐던 주가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우리 경제도 견조한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전제가 잘못됐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 파장이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부가 세제개편 발표를 1주일 미루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거시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도 불확실성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능하다면 세제개편 발표를 더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책을 확정하기에는 아직 불확실한 변수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는 격언은 증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에도 적용 된다"고 말했다. 골짜기의 깊이를 알 수 없을 때는 바닥이 어딘지를 확인한 후 정책을 써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은 '학습'한 게 '역효과'일 수도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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