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은 넘겼으나..끝나지 않은 위기의 본질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8.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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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재빨리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반짝 랠리로 패닉(공황)을 유발한 근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로이터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지금의 위기가 더 해결하기 어렵다며 낙폭 과대로 인한 기술적 반등은 잠시 고통을 잊게 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들어 전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 넣은 근본 원인은 미국과 유럽이 과도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한 경제 성장세를 되살릴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양국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의심이었다.

FOMC는 9일(현지시간) 이미 3년 가까이 제로(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금리를 앞으로 2년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출혈을 멈추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경제에 미칠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퇴직한 전업 투자자인 미드 브릭스는 WSJ와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총탄(정책 수단)을 거의 다 썼다"며 "지금 해결돼야 하는 문제는 정치이지 FRB가 뭘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 지금은 3년 전과 같은 유동성 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2008년처럼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원인으로 제시했던 워싱턴 정계의 심각한 분열과 리더십 부재,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현재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WSJ도 정책 담당자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보통 신흥국 투자자들의 걱정거리인데 이례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결정적인 계기가 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의 다툼이었다. 미국의 디폴트를 무기 삼아 협상을 끌고 가는 모습이나 당초 '그랜드 바겐(대타협)'이라 알려졌던 수준에 크게 미달하는 합의안에 투자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WSJ는 휴스턴에 사는 54살의 기업가 맨디 윌리엄스가 성장주를 모두 팔고 금을 매수한 것이 채무한도 협상이 막 타결된 지난주였다고 소개했다. 윌리엄스는 "고용시장을 개선할 정치적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부 부채가 이번 채무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6월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2085년까지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향후 75년간 매년 GDP의 8.3%에 달하는 재정지출 감축이나 그만큼의 세금 인상, 혹은 둘의 조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이 향후 수십년간 15조달러를 절약해야 한다는 의미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채무한도 증액 협상 때 처음 제시했던 향후 10년간 4조달러의 재정적자 감축 규모의 3배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게다가 14조3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된 미국 정부부채에는 국채 발행잔액만 포함됐지 미국 정부가 앞으로 지급해야 하는 사회보장 연금이나 장애인과 노년층을 위한 의료보험료는 반영되지 않았다.



부채라면 미국만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에서도 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전염병처럼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정치적 무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런던에 위치한 웨스턴 자산관리의 마이클 스토리 이코노미스트는 WSJ와 인터뷰에서 현재의 부채위기와 같은 거대한 문제에는 "리더십과 협조가 필요한데 유럽에는 지금 둘 다 없다"고 말했다.

WSJ는 미국과 유럽 모두 막대한 부채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조차 투자자와 기업, 소비자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없다는 인식도 신뢰 훼손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RBC 자산관리의 에릭 라셀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통화정책 담당자들은 금고 바닥을 긁고 있다"며 "시장을 안심시킬만큼 통화정책에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도 9일 FOMC 성명서에는 정책적 딜레마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3년째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고 2번에 걸쳐 대대적으로 양적완화를 시행한 지금 FRB가 더 이상 고용을 늘리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은행과 기업, 투자자간 자금 흐름이나 자금 조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FRB가 유동성으로 해결해야 하는 신용 경색의 조짐은 없다.

블랙락의 피터 피셔 채권 부문 글로벌 대표는 "지난 20년간 우리는 상당히 강하면서 변동성이 낮은 경제 성장세를 누려왔지만 지금은 반대로 강도는 약하면서 변동성은 큰 경제 성장세를 경험하고 있다"며 "정치인과 정책 담당자들은 이런 경제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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