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난지섬으로 향하는 뱃길에서 만난 갈매기떼. 뒷편에 보이는 섬이 대난지섬이다.
↑왜목마을 풍경.
새벽잠 설친 아쉬움은 어느새 걷힌 비바람과 함께 차창 밖으로 날아간다. 대신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여유가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휴가철 일찌감치 꼬리를 물었던 차량행렬은 일직분기점에서부터 '아우토반'처럼 시원하게 뚫렸다. 7300m의 서해대교를 건너니 오늘 하루 바다를 가로 지르며 멋지게 질주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송악IC를 지나 당진IC로 내려선다. 32번 국도를 따라 오봉제저수지가 있는 고니마을을 지나 예산·합덕 방향으로 약 7~8km를 더 가면 '솔뫼성지'가 나온다. 당진은 한국에 천주교가 처음 상륙한 곳. 그만큼 탄압도 가장 심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서해의 여름날 오후 찾은 순교자의 고택. 정적만이 감돈다. 그의 동상을 찾아 솔뫼로 올라간다. 솔뫼는 이름처럼 소나무가 울창한 언덕(뫼)이라는 뜻이다.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생가.
↑김대건 신부 순교자상.
↑솔뫼성지의 십자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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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부의 고행이 압축파일처럼 녹아있는 그 길은 지금 인기 있는 산책코스가 됐다.
◇해오름과 해넘이, 따로 볼 필요 있나요?…왜목마을
'피의 순교자' 김대건을 가슴에 품고 왜목마을로 향한다.
당진 나들이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왜목마을이다. 그 모양새가 사람이 아닌 왜가리의 목을 닮았다고 해서 '왜목'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왜목마을로 가는 길에는 10km나 되는 석문방조제 길을 달려야 한다. 방조제 탓에 생긴 안쪽 간척지에는 인공 습지가 형성돼 기막힌 초록빛깔의 평야를 이루고 있다.
왜목마을은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수평선 위로 해돋이가 연출되는데다 해넘이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인근 장고항의 노적봉(남근바위) 위로 솟는 해돋이를 마을 뒤 석문산 정상(해발 79.4m)과 마을 안쪽의 방파제 끝부분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당진팔경 중 으뜸이라는 왜목의 일출이 가장 멋있을 때는 장고항 노적봉과 촛대바위에서 떠오르는 11월부터 3월 사이. 동해안의 일출이 장엄하고 정열적이라면 왜목의 일출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일출과 월출은 장고항 용무치~경기도 화성군 국화도를 사이에 두고 시기별로 위치가 바뀐다. 일몰은 석문면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 비경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왜목마을의 물안개.
왜목마을 해변은 원래 갯벌이었으나 4년 전 모래를 쏟아 부으면서 모래사장을 갖춘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했다. 해안선을 따라 1.2km의 수변길이 설치돼 있어 해변을 맨발로 산책하며 해산물 체험을 할 수도 있다.
◇ 갈매기와 동행하는 유쾌한 뱃길…난지섬
다음코스는 서해의 숨은 명소로 꼽히는 난지섬이다.
난지섬은 원래 난초와 지초가 많아서 난지도(蘭芝島)라고 불렸지만 예전 서울의 쓰레기매립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 현지 사람들은 난지섬으로 부른다.
난지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7.8km나 되는 대호방조제 길을 달려 거의 끝자락에 있는 도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한때는 섬이었지만 이제는 육지가 돼버린 도비도. 섬이 육지로 변한 곳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이곳도 대호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섬에서 육지로 바뀌었다.
사실 도비도는 볼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관광 기반시설로 인해 그동안 방문객들의 불만이 많았다. 농어촌공사는 오는 2016년까지 도비도와 난지도리 일원 350ha를 생태체험과 레저를 즐기면서 휴양할 수 있는 '블루팜리조트'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난지섬과 소난지섬으로 가는 도비도 선착장에 섰다. 마침 배가 한 대 들어오고 한 무리의 사람들과 자동차를 뱉어낸다. 아마도 난지도 해수욕장에 다녀오는 사람들이리라.
↑도비도 선착장에서 대난지섬으로 가는 관광객과 여객선.
파도가 덩치를 키우면 갈매기들도 까르륵 웃으며 딱 그만큼 날아오른다. 파도와 온종일 꼬리잡기 놀이를 한다. 너울너울 뱃전은 흔들리고 덩달아 난지섬도 기분 좋게 오르내렸다.
서해의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을 구경하는 사이 송림과 백사장이 펼쳐진 섬에 20분 만에 닿는다. '물' 좋기로 소문난 난지도 해수욕장은 2.5km에 이르는 천혜의 백사장으로 멸종위기 종인 가시연꽃과 해당화가 자생하고 있다. 해안에서는 가끔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검은머리 물떼새 등을 볼 수 있다. 사계절 200만 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공해에 찌든 사람들에게 청정 무공해의 난지섬 체험은 청량제와도 같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어촌마을 풍경은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해수욕장 뒤편 산자락에 조성해놓은 민간 해병대 훈련캠프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여름 성수기 때는 여객선이 도비도와 난지섬 사이를 하루 3번 출항한다. 요금은 7600원. 청룡해운 관광유람선(041-352-6862~5)에 문의하면 된다. 인생살이에 간이 맞지 않은 도시인들이라면 수도권에서 가까운 이 바다로 '여름 일탈'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