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국가운명, 결국 재정이 갈랐다"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2011.07.2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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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국가재정(上)]韓·中, 재정건전성 기반 위기 극복···PIGS 여전히 위기 진행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 회복세를 이뤄 내 국제 사회에서 '위기극복의 모범사례(textbook recovery)'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가 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재정'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는 리먼 사태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에 불과했다. 그래서 위기가 몰아치던 2008∼2010년 GDP의 6.5%에 달하는 재정을 경기부양에 과감히 투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08년 2.3%에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0.3%로 떨어졌지만 지난해에는 6.2%로 수직상승했다. OECD 회원국 중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도 4.3% 안팎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은 재정이란 버퍼존(Buffer Zone, 완충지대)이 있기 때문에 경기회복이 가장 빨랐다"는 평가를 이구동성으로 내놓고 있다.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던 2009년에도 중국은 나 홀로 9.1%의 고성장을 이뤄내며 세계 경제의 회복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의 놀랄만한 성장세는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과 9조6000위안의 유동성 공급 조치에 기인한다. 2008년 중국의 재정적자가 GDP의 0.6%에 불과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사정이 다르다. 만성적 재정적자로 재정투입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실제 선진국들의 2008~2010년 3년간 재정지출 규모는 2007년 명목 GDP 대비 미국 5.0%, 독일 3.5%, 프랑스 2.0%, 영국1.8% 등에 그쳤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미국 2.9%, 독일 3.6%, 프랑스 1.4%, 영국 1.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다른 위기의 잠재적 '뇌관'으로 불리는 유럽의 '돼지국가(PIGS, 포루투갈·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들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세계 7대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2008~2010년 재정투입 규모는 2007년 명목 GDP 대비 0.5%에 불과했지만 누적된 재정적자로 현재 국가부도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의 덫'에 걸리면서 경제위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PIGS의 올해 GDP 대비 평균 재정적자 비율 예상치는 6.7%에 달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재정의 힘"이라며 "금융위기는 재정 투입으로 수습할 수 있지만 재정위기는 어떠한 다른 수단으로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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