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전관예우 방지규정 '있으나 마나'

머니투데이 임상연, 김성호, 엄성원 기자 2011.07.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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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시스템 아닌 사람 문제...재취업 제한등 내부통제기준 강화 필요"

"연기금 중 가장 깨끗한 곳이 국민연금인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거래 증권사와 위탁 운용사 선정 시 평가결과를 조작해 특정회사에 특혜 또는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연기금 중 가장 투명하고, 철저한 선정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온 국민연금에서 이 같은 부정행위가 터졌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들은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부정행위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문제라며 퇴직자의 재취업 제한 및 재취업기관 거래제한 등의 내부통제기준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6일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사실 감사원 감사결과를 전해 듣고 놀랐다"며 "연기금 중 가장 투명한 시스템을 갖춘 곳이 국민연금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접대, 특혜 등이 문제가 됐던 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일 뿐"이라며 "거의 모든 연기금이 평가시스템을 공개하고, 자체 감사까지 벌이고 있어 그런 문화들은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대형증권사 한 임원도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깜짝 놀랐다"며 "과거에 몇 번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이후로는 국민연금 담당자를 만나기도 힘들고, 심지어 점심약속도 잡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담당한 지 3년 됐다는 한 자산운용사 법인영업 담당자는 "국민연금은 연기금 중에서 가장 깨끗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점심식사비도 3만원 이하가 많고, 어쩌다 저녁을 먹어도 2차 가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 평가결과를 조작하는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학연, 지연 등 인간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겠냐는 설명이다. 이번에 밝혀진 부정행위도 대부분 국민연금 출신 증권사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전관예우'가 문제라는 게 증권가의 반응이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 임원은 "거래 증권사와 위탁 운용사 평가는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로 이루어지는데 정성적 부분에 사견이 들어갈 수 있다"며 "솔직히 안면이 있거나 잘 아는 사람들에게 점수가 더 가는 것이 한국의 영업문화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내부통제규정을 개정해 퇴직자 재취업기관에 대한 거래제한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공단의 퇴직 임직원이 증권 및 운용사의 대표이사, 공단담당 펀드매니저, 거래담당자 등 거래를 권유하거나 관여하는 직책으로 재취업할 경우 최장 1년간 거래를 제한 받는다.

하지만 거래제한 적용직책이 너무 제한적이고 모호한데다 기간도 1년에 불과해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 문제"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재취업 제한 또는 재취업기관 거래제한 등의 내부통제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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