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마이너스통장이나 없어졌음 좋겠다. 넌?”
“난 아직도 전세자금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처지다. 쩝”
땅을 사고 집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면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두채는 살 수 있다. 겨우(?) 몇천만원 오른다는 아파트 전셋값도 벅찬 마당에 아파트 두채 살 돈을 생전에 쥘 수 있을 지부터가 의문이다.
◆주말엔 동물원 원숭이 '인기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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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곳은 도로 코너에 자리 잡은 이현욱 씨 집이다. 일반적인 단독주택과 달리 담장은 형식에 불과했다. 없다고 보는 편이 낫다. 안주인인 김지영(39) 씨가 기자를 맞이한다.
그녀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인터뷰와 촬영 진행 협조다. 벌써 오전에 주택전문지에서 취재를 다녀갔다.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겠다며 “100명쯤 다녀갔나?”고 묻자 코웃음으로 대응한다. “1주일에 다녀가는 사람이 그 정도”라는 무지막지한 대답을 듣고서야 그녀의 코웃음이 이해가 됐다.
“주말이면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에요. 무턱대고 집 구경 좀 하자고 들어오시는 분도 있을 정도라니까요.”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꿈꿨던 김씨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별난 집 덕분(?)에 고기 먹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눈요깃거리로 비춰져서다. 그렇다고 해도 마냥 싫은 것은 아니다. 남편인 이현욱 건축가의 주택철학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다고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도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자녀의 주거환경에는 크게 투자하지 않잖아요. 아이들이 층간소음을 걱정하지 않고 문만 열면 흙을 밟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다는 점이 제일 자랑스러워요.”
◆주방은 1층, 거실은 3층
땅콩집은 3층이다. 1개 층의 면적이 53㎡(16평)이다. 3층은 다락이다. 다락 면적을 포함하면 159㎡(48평)으로 웬만한 아파트보다 넓다. 건축법상 2층 주택이지만 평균 층고 1.8m 이하이면 3층 다락방도 지을 수 있다. 그래서 3층은 중간은 높고 벽쪽으로 갈수록 천정이 낮아지는 들입(入)자 형태다.
현관 옆으로 나있는 디귿(ㄷ)자 모양의 계단을 오른다. 계단 중앙은 3층까지 아무런 구조물이 없이 천정까지 시야가 확보된다. 3층 천정 한가운데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구 형태의 등이 있다. 불은 켜지지 않는다. “이곳으로 이사만 오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던 남편이 전등 하나 갈아주지 않고 있다”고 김씨가 볼멘소리를 한다.
3층에는 거실과 자녀의 놀이방이 있다. 거실에는 TV가 책에 포위된 듯한 모습이다. 김씨는 ‘TV가 3층에 있어 잘 안 보게 된다’며 3층 거실의 장점을 설명한다. 자녀 방에는 도화지에 삐뚤빼뚤한 연필글씨로 ‘비밀창고’라는 문패(?)가 붙여있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수십가지의 장난감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아이의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공간”이라고 김씨가 귀띔을 한다.
◆비용은 얼마? 소유는 어떻게?
이씨가 땅콩집을 짓는 데 쓴 비용은 7억3350만원. 구씨와 함께 절반씩 부담했다.
땅값으로 3억6000만원, 공사비로 3억2000만원을 지불했다. 설계비와 취득·등록세는 각각 2000만원씩 들었다. 그밖에 조경이나 기타 잡비가 1350만원이었다.
땅과 집은 공동등기다. 만약 한집이 나가면서 집과 땅을 팔면 공동등기자가 바뀐다. 재산세도 절반씩 부담한다.
단독주택의 유지비용은 단열에 따라 천양지차다. 이씨는 “모바일하우스에서 살 때 겨울철 전기료가 월 100만원 이상 나온 적도 있다. 아내가 당신 건축가 맞냐고 따져 물었을 정도”면서 “땅콩집은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단열에 목숨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하우스는 이씨가 고안해 낸 17평의 이동식 주택으로 언론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집이다.
창을 적게 내고 목조를 선택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 따뜻함을 유지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직접 지어서 살아보고 체험한 뒤 깨달음을 얻는 스타일이다. 그동안 숱하게 이사를 다니고 집을 지은 경험을 땅콩집에 녹였다.
“조만간 땅콩집 3·4·5호가 이 동네에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지금처럼 아이들이 서로의 집에 오가며 놀겠죠. 이제 애들이 어디에 있는지 못 찾게 생겼어요”
뿌듯함이 묻어나오는 그의 투정에서 가정의 행복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