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잘 얻어 100억 매출 '대박'

머니투데이 신동진 기자 2011.06.0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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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행'..유통업계, 동반성장의 현장을 가다-4]이마트 HMR 브랜드 중원F&D

편집자주 2011년 경제계 화두는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相生)’과 ‘동반성장’이다.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위원회를 구성하며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카드를 제시할 정도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유통 대기업의 역할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행복한 동행'..유통업계, 동반성장의 현장을 가다'라는 연중기획을 통해 유통업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동반성장의 현장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유통 대기업들이 상생을 위한 다짐과 선언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집중 점검한다.

↑사진은 돌과 모래를 가려주는 석발기를 거쳐 나온 쌀을 중원F&D 직원들이 육안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위). '가마솥에 밥 한그릇' 냉동밥 제품(아래).ⓒ머니투데이 사진 자료.↑사진은 돌과 모래를 가려주는 석발기를 거쳐 나온 쌀을 중원F&D 직원들이 육안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위). '가마솥에 밥 한그릇' 냉동밥 제품(아래).ⓒ머니투데이 사진 자료.


고난은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알려준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 국내 유일의 '초고압냉동기술'을 바탕으로 냉동밥을 만드는 중원F&D의 정희수 대표에게 이마트는 '진짜 친구'다. 다른 대기업들이 함께 사업을 하자고 열렬한 '러브콜'을 보내도 정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에겐 오직 이마트 뿐이다. 과거 정 대표가 절박했던 순간, 이마트가 진심어린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기술은 좋았지만…=2008년 이전까지 정 대표는 의류사업과 광고업을 하고 있었다. 연 매출을 20억원까지 키웠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뭔가가 필요했다. 수소문끝에 초고압냉동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인수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기술이라 했다. 인수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설비가 일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국내 기술 표준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기존 사업으로 벌었던 돈을 쏟아 부어 설비를 재정비했다. 제품 생산의 기반이 어느정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제품을 만든다 쳐도 유통망이 없었다. 새로 유통망을 만들기엔 자금도, 조직도 없었다. 독자 브랜드 제품은 포기했다. 대기업과 제휴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러 곳을 접촉했으나 친구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접촉했던 대기업 담당자들은 중원F&D가 가진 설비에만 눈독을 들였다. 정 대표는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괴로운 나날이었다. 7~8개월이 그냥 흘렀다.



해를 넘겼다. 2009년 4월 드디어 이마트로부터 연락이 왔다. 정 대표는 처음엔 망설였다. 대기업의 횡포가 있지 않을까 두려웠다. 상황은 어려웠고 다급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믿고 시작하기로 했다. 그 선택은 옳았다.

◇후발주자의 한계, 협력으로 해답찾아=이마트는 2007년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시작하며 밥시장 진출을 고민했다. 그러나 냉장밥 시장엔 CJ '햇반' 등 대기업이 이미 터를 잡고 있어 HMR이 파고들 틈이 없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색다른 제품이 절실했다.

그러던 중 초고압냉동기술을 일본으로부터 도입해 해동시 품질 복원률 90%를 이뤄냈다는 내용의 기사가 담당자의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을 검색, 해당 회사와 접촉을 시도했다. 부도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담당자는 힘이 빠졌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장수군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인연이 닿을 운명이었을까. 군청 담당자는 부도난 회사를 낙찰받은 업체가 있다며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렇게 이마트는 중원F&D와 손을 잡게 됐다.


같이 일하게 된 이마트는 다양한 지원을 시작했다. 우선 요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우수한 실무진부터 중원F&D에 파견했다. 개발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마트 실무진들은 중원F&D에겐 가뭄속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마트 실무진들은 샘플을 만들며 현장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호흡했다. 이마트 담당자들은 6개월간 쌀 100kg으로 맨밥을 지어 먹으며 최고의 밥맛을 찾았다. 이런 노력 끝에 드디어 2010년 3월 냉동밥 '가마솥 밥한그릇'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연 매출 100억=제품개발 이후에도 이마트의 지원은 계속됐다. 이마트는 전국 점포에 시식대를 설치하고 이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이와함께 중원F&D가 이마트의 초밥용 밥 공급을 하도록 일정부분 할당해 제품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먼저 확보하도록 배려했다. 중원F&D는 현재 이마트 HMR 브랜드를 달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연 매출은 100억원을 바라본다.

이마트는 중원F&D의 영업과 제품기획에 대한 컨설팅도 제공했다. 중원F&D의 중국, 동남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판로 개척에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오승훈 이마트 바이어는 "중원F&D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영업과 마케팅은 이마트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중원F&D의 믿음은 자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중원F&D는 이마트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다. 정 대표는 "현재 대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오고 있지만 이마트와 평생 함께 커나갈 것"이라며 "이마트와 말 그대로 '동반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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