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건설, '길어지는 새판짜기'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서명훈 기자 2011.05.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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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한달 조직개편·시스템 통합등 주력…자동차·철강과 시너지전략 고심

↑서울 종로구 계동 소재 현대건설 사옥↑서울 종로구 계동 소재 현대건설 사옥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합병(M&A)된 지 한달을 맞아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전략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후 현대건설은 관련 시스템을 갖춰가면서 상당한 외형적 변화가 발생했다.

다만 인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자동차, 철강과 함께 건설을 3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이나 새주인을 맞은 현대건설 모두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피인수 한달간 현대건설에 무슨 일이?
건설맨으로 자리를 옮긴 김창희 부회장은 경영지원본부와 함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사옥 본관 15층에 터를 잡았다.

김중겸 사장도 곧 본관으로 옮길 예정이다. 지난 11일에는 김창희 부회장이 인수 이후 처음으로 30분간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조회를 주재했다. 앞서 김 부회장은 각 본부와 현대엔지니어링 등 관계사 업무보고를 받은 후 현대차그룹에 맞춰 조직을 '본부-실-팀'의 표준구조로 일원화하기 위해 회사 직제를 '16본부-63실-174팀'으로 개편했다.



종전까지 본부나 실별로 직제가 제각각이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결재라인이 단축되고 팀별 재량권이 늘어나 업무효율성과 속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현대건설은 기대한다.

현대건설은 또 지난달 25일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이념을 공유하기 위해 국내직원을 대상으로 PMI(Post Merger Integration)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견학하는 등 그룹의 일원으로 통합되기 위해 시스템과 분위기를 익히는데 주력해왔다.

현대건설 한 중역은 "건설산업과 제조업간 차이를 느끼고 제조업 마인드와 시스템을 익히는데 시간을 할애한 한달이었다고 본다"며 "본격적인 시스템 통합과 시너지 제고가 가능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시너지 언제쯤 가시화될까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이 된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그룹과 시너지 창출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인수전이 진행될 당시 현대건설 인수 이후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자동차와 철강에 이어 건설을 그룹 내 3대 핵심성장축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및 해외신인도를 바탕으로 현대건설의 해외 원전사업 수주를 확대하고 현대로템과 동반 진출을 통해 해외 고속철사업과 국내 경전철 수주를 늘리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전기자동차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현대건설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구상도 내놨다. 현대건설은 뚝섬 초고층빌딩과 같은 그룹공사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지난 11일 주재한 특별조회에서 "앞서가는 사람을 붙잡거나 따라잡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 도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협력하는 게 '21세기형 경쟁'이며 추구해야 할 가치"라면서 "그룹과 상호보완적 공조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역량을 극대화해 글로벌 최상위 건설사로 도약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그룹과 시너지 창출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를테면 브라질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의 경우 현대건설이 리스크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 심도깊은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와 철강, 건설을 그룹의 3대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중"이라며 "특히 현대건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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