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美 유행타는 패션 아닌 환경과 조화 우선"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05.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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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베이샌즈호텔' 설계자 모쉐 사프디,"개별 건물보다 주변으로 시야 넓혀"

"건축美 유행타는 패션 아닌 환경과 조화 우선"


"건축은 유행 따라 변하는 패션이 아닙니다. 적어도 50년 넘게 인간과 공존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환경과의 조화로움을 우선해야 합니다."

쌍용건설 (0원 %) 초청으로 방한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설계자인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모쉐 사프디(Moshe Safdie·사진)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건축물을 개별 건물로만 생각해서 설계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변의 건물이나 주변 환경과의 조화 뿐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 공간의 미, 넓게는 도시 전체와 어울림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건축의 미는 시간을 초월해야 하므로 변덕스러운 패션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건 오산"이라고 말했다. 첫 방한해 서울에 대한 느낌과 관련 "소도시의 골목 문화가 발달해 있으면서도 큰 빌딩이 공존해 대도시의 문화가 섞여 있다"며 "초고층 빌딩을 개발할 때 소도시 문화를 훼손하지 않도록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조화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프디는 특히 건축은 회화나 조각 등 다른 예술분야보다 그 사회를 표현해야 하는 높은 수준의 문화적 표출행위라고 정의했다. 그가 설계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뛰어난 건축미뿐 아니라 21세기 최고 난이도의 건축물로 꼽힌다. 호텔은 3개 동(지하3층~지상 57층)이며 각 건물은 피사의 사탑(5.5˚)보다 약 10배 더 기울어진 최대 경사 52˚의 들입자(入) 모양으로 맞대어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여기에 지상 200m 높이에 3개 동을 연결하는 거대한 배 모양인 '스카이파크'를 얹었다. 스카이파크는 수영장 3개와 전망대, 레스토랑이 있는데, 길이 343m, 폭 38m로 무게는 중형 승용차 4만3000대에 해당하는 6만 톤에 달한다.

사프디는 "발주처에서 혁신적인 건축을 원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설계를 했다"며 "시공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설계도면이 바뀌는 경우가 많음에도 쌍용건설의 놀라운 기술력으로 설계도면 그대로 건설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사프디가 설립한 건축사는 현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신축공사에서 설계 수주를 경쟁하고 있으며 현재 9개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그는 "예전에 남대문이나 동대문을 들어서면 서울에 도착했음을 자연스럽게 느꼈던 것처럼 공항은 그 나라의 관문이므로 한국만의 냄새가 나야 한다"며 "기능적으로도 입·출국의 동선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프디는 "아들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국을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한국과 교류를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모쉐 사프디는 1938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캐나다 맥길 대학(McGill University)에서 건축 학위를 취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건설한 조립식 건물인 '해비다트 67'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인도의 푼잡 시크교 국립박물관과 미국 워싱턴DC의 미국 평화본부, 카우프만 공연예술 센터 등의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했다.



↑모쉐 사프디(가운데)↑모쉐 사프디(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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