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의사선생님' 리베이트 수사 타깃된 이유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1.04.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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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공보의들 공무원 신분이라 적발 쉬워..임시거처라 제보 부담 적은 것도 이유

"특정 의약품 처방 대가로 금품을 받으면 안됩니다"
"식사값을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대신 내도록 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섬마을 의사선생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군대 가는 대신 의료취약지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3년 간 근무하며 해당지역의 기초적인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 잇달아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에 적발되며 파문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과 경찰, 보건당국의 리베이트 조사 6건 중 3건에 공중보건의가 연루돼 공보의 10명이 사법 처리됐다. 이 중에는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의사면허가 취소된 공보의도 있다.



대부분 특정 의약품을 처방해준 대가로 현금이나 향응,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다. 신제품 설명회를 빙자해 식대를 내도록 한 것도 문제가 됐다.

리베이트 적발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공보의들의 적발이 많다는 것. 특정 약 처방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전 의료계에 만연해 있는 관행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개원의나 병원 봉직의에 비해 공보의들이 수사기관의 타깃이 되고, 실제로 처벌과 연결되는 사례도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2011년 기준 전체 공보의 숫자는 4551명. 면허를 가진 의사수가 10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5%에 불과한 비중이지만 리베이트 조사에 연루되는 비중은 절반에 이른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새로 배치될 공중보건의 전원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윤리교육'을 진행한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19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1318명의 신규 공중보건의사를 대상으로 리베이트 등 복무규정 위반사례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의약품 리베이트 사례와 관련법령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매년 2회 진행되는 복무점검 기간에도 이같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방침이다.

의사들 중에서도 공보의가 많이 적발되는 이유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무원은 규정상 금품수수는 물론 식사접대 등 향응도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원의는 영업활동과, 봉직의는 연구행위와 리베이트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입건하더라도 유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강민규 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공보의는 의사이면서 공무원 신분이어서 보다 엄격하게 수사한다"며 "적발될 경우 의사의 배임수재죄와 공무원의 뇌물수수죄가 동시에 성립돼 이중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소액이라 공보의들이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다. 인구가 적은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 자체가 많지 않고, 그렇다보니 처방건수도 적어 리베이트 액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죄의식이 없다보니 증거를 남기기 쉽다는 점. 자신의 계좌로 직접 리베이트를 받는 등 '서툰 일처리(?)'는 수사의 큰 단서가 된다. 액수를 떠나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면 문제가 된다.

보건소가 3년만 근무하는 '임시거처'이다보니 제보도 많다. 일반 개원의나 봉직의처럼 터를 잡고 평생 일하는 의사가 아니라 '앙심'을 품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보건당국에 제보하는데 부담이 적은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있었던 공보의 리베이트 사건 대부분은 익명의 제보를 통해 수사가 진행됐다는 게 복지부 측의 설명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의 리베이트 요구에 개인돈을 끌어다 쓰는 영업사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이 앙갚음한다는 심정으로 제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자리를 떠났거나 떠날 예정인 공보의가 아무래도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리베이트 수사가 핵심은 건드리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보의 생활을 했던 모 개원의는 "공보의 리베이트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공무원 신분인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경찰의 수사대상이 잡아넣기 좋은 쪽으로만 맞춰지며 겉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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