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한복'출입거부, 공식사과했지만…

머니투데이 지성희 인턴기자 2011.04.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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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부터 입어온 '우리옷' 우리나라에서 괄시하나?

↑(사진=좌:신라호텔전경,우: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사진=좌:신라호텔전경,우: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신라호텔 '한복'출입금지 논란에 관해 신라호텔 이부진 사장이 직접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를 찾아가 사과했다는 소식과 신라호텔 측의 공식사과문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신라호텔의 한 뷔페레스토랑에서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손님의 출입을 거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위터에 따르면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한복을 입고 지난 12일 오후 6시30분경 신라호텔의 한 뷔페레스토랑을 찾았으나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했다.



당시 신라호텔 레스토랑 직원은 "우리 호텔에는 드레스 코드가 있어 한복은 출입이 안 된다"며 입장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 씨는 한복 출입이 거부당한 이유가 궁금해 직원에게 물었고 당시 지배인은 "한복은 위험한 옷이기 때문"이라며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훼방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복을 입어 뷔페레스토랑 출입을 거절당한 이씨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쌍화점'의 의상을 제작한 유명 한복 디자이너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년 전부터 매일 평상 한복만 입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복 입었다고 입장 못하게 할 거면 이름은 왜 신라?", "한복이 트레이닝과 동급이구나 ", "기모노 입은 여자는 들어가던데..." , "대한민국 군복을 한복으로 대체하자", "한복이 위험하면 결혼식장은 아주 지뢰밭이군 그래. 한복 입은 사람은 테러리스트"라며 '한복이 위험한 이유'를 제시하며 상황을 풍자했다. 일부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트위터를 통해 의견을 제시했다.

개그맨 이병진은 "신라호텔에서 클럽 정모를 한번 할까 합니다. 일요일 낮에 점심이나 먹죠. 다들 한복 입고 오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배우 김여진도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혹 신라호텔 레스토랑에서 누가 밥 사준다고 할까봐 미리 하는 고민. 장덕 의녀 버전으로 갈 것인가? 정순왕후 버전으로 갈 것인가?"라고 글을 올려 신라호텔 논란을 꼬집는 글을 올렸다.


이후 서울 신라호텔에 1979년부터 운영되던 한식당 '서라벌'을 2005년 폐쇄한 이후로 호텔 안에 한식당이 없는 것과 올 1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의 칠순을 기념한 파티에는 부인 홍라희 여사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참석한 사진, 2004년 자위대 창설 50주년 파티 때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이 입장하는 사진이 온라인에 게재돼 네티즌의 질타가 더욱 거세졌다.

고급 레스토랑들이 간혹 드레스 코드를 제한하지만 한국 땅에서 우리 옷 한복이 거절당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트위터와 온라인상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신라호텔 측은
지난 13일 오후에 '정중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공식 사과문을 냈다.



신라호텔 측은 "지난해부터 한복을 착용하고 입장하는 고객께서 음식을 직접 가져다 드셔야 하는 뷔페의 특성으로 인해 식당 내 고객들간의 접촉이 많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고객분들께 일일이 안내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라며 "이러한 조치는 다른 고객께서 한복을 착용한 고객의 옷에 걸려 넘어지거나, 한복을 입은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옷이 밟히는 등으로 인해 고객들간의 불만사항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습니다" 라고 말했다.

공식사과문 이외에도 신라호텔의 이부진 사장이 직접 이혜순 한복디자이너를 찾아가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신라호텔의 입장을 접한 네티즌들은 "트위터의 파괴력과 삼성가 3세의 감성경영이 돋보인다. 논란을 한방에 잠재울 수 있을 듯"이라는 일부 의견도 제시됐지만 대다수의 의견은 "이부진의 리더십이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었을 뿐", "본래 회사방침 중 한복규제가 있었지만, 직원의 착오로 미숙하게 안내됐다고 잘못을 돌리는 가짜 사과"라며 신라호텔의 공식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입장이다.

↑(사진=위:영화'쌍화점',아래:영화 '스캔들'/화면 캡처)↑(사진=위:영화'쌍화점',아래:영화 '스캔들'/화면 캡처)

논란의 중심이 된 '한복'은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민족 고유의 의복으로서 조선옷이라고도 하며 직선과 약간의 곡선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여자 옷은 짧은 저고리와 넉넉한 치마가 어울려 옷차림이 단정하고 아담해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는 옷이다.



또 한복은 삼국시대부터 입어온 의복으로 당시는 저고리가 엉덩이까지 내려올 만큼 길고, 바지의 통도 넓었으며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입는 남녀 공용이었다. 이후 한복은 주변 나라의 영향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함께 보이다가 조선시대에 우리 고유의 복식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한복을 명절이나 특수한 날에만 입으며 사람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생활 한복이 보급되기도 했다. 청학동에서는 아직도 한복을 일상복으로 입고 있고, 국악고등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 등 에서 교복으로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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