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이 더 성숙해지기 위한 5가지 조건

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2011.03.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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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다시보자 펀드/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대표 조언

국내에도 ETF를 비롯한 다양한 펀드가 등장하면서 펀드시장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은 남아있기 마련. 펀드를 운용하고 판매하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은행 등의 문제일 수 있고 투자자의 잘못일 수도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에도 미흡한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국내 펀드시장과 펀드투자 문화가 올바르게 정착되고 더 발전하기 위해 어떤 점들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돼야 할지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대표에게 물었다.



윤 대표는 서울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투자자문사, 키움증권 등 주요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뒤 지난해 설립된 키움자산운용의 대표로 선임됐다. 키움자산운용은 지난 연말 업계 최저 수준의 0.07%를 총보수로 책정한 '키움선명e-인덱스펀드'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파격행보는 곧 바로 업계에서 적정 수수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운용사, 판매사, 투자자 그리고 금융감독당국이 고치거나 개선해야 할 점으로 윤수영 대표가가 지적한 내용은 크게 다섯가지다.





1. 일관된 투자전략 유지

윤 대표는 우선 자산운용사들이 흔히 하는 잘못을 지적했다. 투자전략의 일관성에 관한 것이다. 각 펀드가 제시하는 투자 방향과 전략은 투자자와의 약속이다. 하지만 펀드가 처음 설정될 당시 표방했던 전략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주 바뀌는 것은 투자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란 지적이다.


윤 대표는 "주식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펀드를 설정했으면 증시가 좋지 않더라도 일단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옳다"며 "이것은 운용사들이 얼마나 정직하고 명확한 투자를 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원유값이 오를 것으로 판단해 원유펀드에 투자했고, 생각대로 원유값이 올랐지만 투자자의 기대만큼 성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 원인을 따져보면 원유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을 펀드 운용 중에 바꿔 원유값 상승의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경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투자자들도 투자전략을 정확히 이해하고 본인의 의지로 펀드에 투자했다면 운용사의 일관된 투자전략을 신뢰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2. 유연한 수수료율 책정

윤 대표는 펀드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게 펀드 수수료율 문제. 수수료율을 자산운용사의 여건과 펀드의 성격에 맞춰 다양하게 책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환매수수료는 투자자들의 장기투자와 운용사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선취수수료와 환매수수료를 모두 부과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선 이중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투자자 또는 판매자가 적극적으로 펀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변경하는 데도 환매수수료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수수료 부과 여부나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룰을 모든 회사에 일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선취 및 환매수수료의 부과 여부를 펀드 성격에 따라 운용사와 판매사가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환매수수료 제도가 생기기 전 설정된 펀드에 환매수수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잘못된 일" 이라고 말했다.



3. 펀드 정보공개의 유연성

펀드에 편입된 종목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대표는 "현재 투자자들은 2개월 전에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펀드 성격에 따라 포트폴리오 공개의 시기를 달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목표전환형펀드의 경우 포트폴리오 공개시기를 조금 더 앞당겨야 적합하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다.

윤 대표는 "자문형랩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종목의 움직임이 빠른 것도 있지만 자신의 계좌에 포함된 종목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며 "펀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4.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성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운용사와 판매사가 맡은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는 운용사, 판매사뿐 아니라 투자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일단 운용사의 역할은 좋은 펀드를 만들고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잘 운용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판매사는 그런 펀드들을 선별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해줘야 한다는 게 윤 대표의 당부다. 판매사가 고객에게 무책임하게 펀드를 추천하거나, 판매한 후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판매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이런 운용사와 판매사의 개념과 역할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윤 대표는 "운용사가 운용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판매사가 여러 유망 펀드를 묶어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절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자들도 막연히 펀드 운용 한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할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개념에서 접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5.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윤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도깨비방망이'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즉 돈만 넣으면 알아서 자동적으로 돈을 불려줄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이미 3~4년 전 펀드가 마치 도깨비방망이로 인식되면서 붐을 일으킨 바 있었다"며 "무엇인가가 도깨비방망이로 여겨진다면 언젠가는 버블이 터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펀드를 비롯한 모든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도깨비방망이로 생각하고 접근해선 안 되고, 현재는 자문형랩이 그런 식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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