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전자레인지에 구웠더니 1000만원?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2011.01.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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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중 폭발했다" 거짓 신고 등으로 피해보상금 요구한 '환불남' 발목잡혀

휴대폰과 노트북에 하자가 있다며 2년간 1000여만원을 환불받은 속칭 ‘환불남’이 구속됐다. 그는 삼성전자 (87,100원 ▲2,500 +2.96%)LG전자 (110,800원 ▲2,900 +2.69%)를 대상으로 수차례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 휴대폰을 고의로 고장낸 뒤 490여만원을 받아내면서 발목이 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삼성전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피의자 이모(29·무직)씨를 구속,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삼성전자 휴대폰이 충전 중 폭발했다고 허위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는 2008년 말부터 전자제품을 할부로 구입하고 2개월 정도 사용후 '소음, 화면떨림, 전원꺼짐, 열발생' 등의 하자를 제기, 환불을 요구했다. 환불하지 않으면 언론제보, 1인시위, 인터넷 글올리기 등의 수법으로 압박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노트북, 팩시밀리 등에 하자가 있다며 8차례에 걸쳐 환불을 요구했다. 최근까지 1000여만원을 환불 받았다. 이런 이씨는 지난해 7월부터 '환불남'이란 별칭을 얻었다. 삼성과 LG를 상대로 환불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삼성, '보상후 사고폰 회수'

환불남 사건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5월13일 자기 집에서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해 고의로 훼손시켰다. 이씨는 삼성전자 측에 "휴대폰이 충전 중 폭발해 불에 탔다"며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497만원을 받았다. 400만원은 피해보상금, 97만원은 새 휴대폰 구입비 명목이었다.

삼성전자는 피해보상금을 주면서 사고가 난 휴대폰을 회수했다. 회수후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사고원인 분석을 의뢰했다. 삼성전자는 6월 초 "휴대폰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한 발화로 보인다"는 분석결과를 통보 받았다.


삼성전자는 분석결과를 이씨에게 알렸다. 그러자 이씨는 7월 초 "삼성전자가 피해자를 매수하고 제품결함이 아닌 소비자 과실로 합의하자고 강요했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이때부터 이씨는 '환불남, 블랙컨슈머'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는 7월23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그때부터 10월 말까지 50여회 가까이 진행했다. 이씨는 이건희 회장의 스케줄에 맞춰 1위 시위를 벌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리움미술관, 한남동 승지원(이건희 회장 자택),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범행 부인, 증거 나오자 자백

삼성전자의 고소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휴대폰의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24일 "전자렌지에 넣은 상태에서 전자파 노출에 의한 연소 및 변형된 것"이란 감정결과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12월5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 피의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전자렌지 위에서 주방용 장갑을 발견했다. 그 장갑은 이씨가 언론에 제보한 사진에 나왔던 것과 동일했다.

그런데도 이씨는 사고가 난 이후인 9월에 전자레인지를 샀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지난 1월20일 영장실질심문을 위한 구인장이 발부되면서 뒤집어졌다. 21일에 심문을 시작하자 변호사가 선임됐다.

이틀 뒤 이씨의 지인이 경찰에서 "전자레인지는 수년 전부터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다. 다시 이틀 뒤인 25일 이씨의 변호사가 사임의사를 밝혔다. 이씨는 바로 다음날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놓고 돌렸다"고 시인했다.

이씨는 진술서에 "처음부터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 싶어도 일부 노동운동 단체 고위관계자들이 접근해 1인시위, 피켓, 생활비, 변호사비를 대겠다며 물러서지 말라고 설득했다"고 기술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검찰에 증거물을 송치했기 때문에 의문이 들면 언제든지 재감정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권리를 가장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행위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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