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 600조 '훌쩍', 어디로 갈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1.01.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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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말 단기 부동자금 597조… "시중자금 증시 유입시작vs아직 일러"

초저금리 속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6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면서 시중자금의 흐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예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에 묶여 있던 돈이 증시로 본격 유입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증시로 '머니무브'가 이미 시작됐다는 견해와 본격적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20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시중 단기 부동자금은 597조1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저축성예금,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예금은행의 6개월 미만 정기예금(말잔)을 합한 수치다. 지난 해 1월 530조원에서 1년도 채 안 돼 7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단기 부동자금은 올 들어 600조원을 훨씬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증권사 고객예탁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을 집계에 넣을 경우 지난 해 10월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6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고착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침체, 불확실한 증시 전망 등으로 갈 곳을 찾지 못한 결과다. 이에 따라 투자처를 잃은 대기성 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으로 몰리는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현재 단기 유동성 지표인 협의통화(M1)가 광의통화(M2)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8월(25.0%)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24.8%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 가운데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유입을 엿보는 단기 유동성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엔 시중자금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읽히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100을 가뿐히 넘어서면서다. 증시 주변자금이 올 들어 부쩍 늘어났고 일각에선 증시로의 '머니무브' 가능성도 거론한다. 실제 지난 해 2월 12조5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던 고객예탁금은 사상 최대치에 근접한 16조5680억원(13일 기준)으로 올라섰다. 올 들어서만 2조5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증시 상황은 국내 가계자금의 유입 초기 국면에 해당한다"며 "채권금리 상승으로 채권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등 시중자금이 주식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민경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실질금리 마이너스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600조원 이상의 시중유동성이 직간접적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시중 유동성의 증시 귀환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강세장인 데 비해 자금의 증시 유입 속도가 더디다는 점에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주변자금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펀드 환매도 계속되고 있다"며 "시중 유동성이 증시를 향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시중자금의 은행 정기예금 쏠림현상도 여전하다. 최근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린 데다 저축은행 부실이 이슈화되면서 돈이 은행으로 이동한 영향이 크다. 임기선 우리은행 자금부 차장은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의 70% 가량이 예금으로 재유치되고 있고 신규 예금도 꾸준히 유치되고 있다"며 "수신 잔액에 큰 변화가 없어 증시 '머니무브'를 체감하지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잠실 센터장은 "지수 부담과 증시 조정 가능성에 고액 자산가들도 아직 증시 투자를 망설이는 분이 많다"며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릴 가능성이 가장 크긴 하지만 본격적인 유입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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