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AA급 회사채 사재기 바람 불까

더벨 김현동 기자 2011.01.1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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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우량 회사채도 고유동성자산.."대출을 회사채로 전환할 수도"

더벨|이 기사는 01월05일(17: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새로운 금융 규제의 영향으로 국내 은행의 우량 회사채 투자가 크게 늘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젤III 도입을 앞두고 은행이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면서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유력한 대안이 대출을 줄이는 대신 회사채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최근 확정한 바젤Ⅲ 기준서에서 우량 회사채와 커버드 본드(Covered Bond)를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바젤III에서 은행들은 단기유동성비율(LCR)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분자가 되는 고유동성자산으로 현금과 국채만 인정하기로 했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다만, 회사채와 커버드 본드는 전체 유동성자산의 40% 이내로 제한되고 15%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금융회사나 그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인정되지 않는다. 또 적격외부신용평가기관(ECAI)에서 AA-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고, 은행 내부 등급평가에서 AA-에 상응하는 부도율(PD)을 가진 회사채여야만 한다.



◇ 금감원 "LCR 맞추려면 회사채 비중 확대해야"

BCBS의 계량영향평가(QIS)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형은행의 LCR은 76%로 규제수준에 크게 미달한다. 금융위기에도 이탈할 가능성이 낮은(5%) 예금을 늘리거나 회수가 쉬운 고유동성자산을 확대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고유동성 자산을 늘리는 것이지만 현금이나 국채는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결정적인 약점. 유동성도 높이고 수익성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우량 회사채 매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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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칠 금융감독원 바젤위원회실무전담반장은 "(LCR을 맞추기 위해)대출자산을 줄이기는 쉽지 않고 현금 비중을 늘리게 되면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우량 회사채 등 유가증권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간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금융자산 비중을 보면, 대출금(56%)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채권 중에서는 금융채(6%)의 비중이 가장 높고 회사채 비중은 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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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도 "바젤Ⅲ가 도입된다고 해서 은행들이 신규로 회사채를 매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기존 거래 고객의 대출을 회사채로 바꾸면서, 유통시장에서 해당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법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자본 규제로 인해 대출자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AA- 이상 우량기업 대출을 회사채로 전환시키면 자본부담을 덜 수 있다. 동시에 단기유동성비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국내 신용등급 AA-이상, 106개사, 수혜 예상

문제는 바젤Ⅲ에서 정한 우량 회사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BCBS는 우량 회사채를 ECAI 등급기준 AA- 이상이라고만 했을 뿐, ECAI가 국제 신용평가회사 인지 국내 ECAI까지 포함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ECAI의 등급을 국제 신평사와) 매핑하는지 여가 명확치 않다"면서도 "매핑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명시적으로 없고 자국 유동성 문제이기 때문에 국내 ECAI 등급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와 국제 등급을 매핑하게 되면 S&P나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에서 AA-이상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만 고유동성 자산이 된다. 국내 등급으로는 AAA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의 수는 33개 정도에 불과하다.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포스코 SK텔레콤 KT 정도만 포함될 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등급 매핑이 결정될 경우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반대할 것"이라며 "국내 ECAI 기준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국내 ECAI 기준 AA- 이상 일반기업은 약 106개사다. 국내 ECAI 등급이 인정된다면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이 모두 우량 회사채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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