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 'V자 회복', 도시바 제치고 시총 1위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12.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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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전략적 선택 효과에 10년래 최대 흑자

일본의 종합 전기전자 회사 히타치가 최근 'V자형' 회복에 성공하면서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에 모범 모델이 되고 있다.

금융위기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2년 만에 대폭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힘입어 도시바마저 제치고 일본 전기전자회사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인 것.

히타치는 우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군을 균형 잡는 데 성공하면서 빠르게 회복했다. 또 앞으로 사회 인프라 사업에 주력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나가겠다는 계획이다.



J-캐스트 뉴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히타치는 종가 기준으로 시가 총액 1조8524억엔을 기록, 1조8306억엔의 도시바와 1조8079억엔의 미쓰비시전기를 제치고 종합 전자기업 시총 1위에 올랐다.

1년 전만 해도 히타치의 시총은 도시바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짧은 기간 안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정도로 히타치의 실적과 성장 전망이 견고했던 것.



지난 9월 히타치의 2010회계연도 중간 연결결산에 따르면 히타치는 상반기 1580억엔의 흑자를 기록해 20년 만에 사상 최대 흑자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32억엔 적자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이다.

또 내년 3월까지 2010회계연도 최종 실적은 2000억엔 흑자가 예상된다. 이 역시 지난 1991년의 사상 최대 흑자 2301억엔에 육박하는 기록이다. 지난 2008회계연도(2008년4월~2009년3월) 7873억엔의 사상 최대 적자에서 대폭 흑자로 전환한 것이기도 하다.

히타치의 이처럼 빠른 회복은 신흥시장에서의 성과와 구조조정 효과, 균형 잡힌 사업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평가에서 비롯됐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건설 설비,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왕성한 수요는 히타치의 실적 회복에 원동력이 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히타치는 지난 15일 제너럴일렉트릭(GE)과 세운 제휴회사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자력 발전소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집트에서는 발전소 펌프 장비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중국에서 궤도차 전기 설비 생산을 2500만 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는 등 신흥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진행한 공장 재편과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이 톡톡히 효과를 나타낸 것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압도하고 있는 LCD 패널 사업에서는 과감히 철수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도 실적 회복에 기여했다. 실적이 바닥을 치던 지난해 보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로 상장 자회사 5곳을 완전 자회사화 해 사업 중복을 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처럼 체질 개선을 통한 실적 회복에 성공하면서 안팎의 평가가 달라졌다. 피치는 지난 8일 히타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앞선 1일 무디스도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높였다. 피치는 "히타치의 재무구조가 향상됐고,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V자형 회복을 이루어 가고 있는 히타치의 실적, 그리고 균형 있는 사업군의 비즈니스 모델이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관심 있게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히타치는 여세를 몰아 사회 인프라 사업에 주력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마침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관민 일체의 인프라 수출'을 외치고 있어 사업 확장의 여건이 잘 마련된 셈이다.

올해 4월 취임한 나카니시 히로아키 사장은 "정보 통신 및 전력 등 사회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히타치를 세계 유수의 사회 이노베이션(혁신)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히타치는 이를 위해 중간결산 결과 44% 정도에 그치던 해외 매출 비중을 60%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다만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는 GE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보다 강력한 경쟁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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