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이들 밥상' 엎는 어른들 싸움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12.06 08:00
글자크기
[기자수첩]'아이들 밥상' 엎는 어른들 싸움


오세훈 서울시장이 귀를 막고 입을 닫았다. 그는 최근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의결한 것을 두고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철회하지 않으면 앞으로 대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에 대해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민주당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반짝 지지'를 얻은 인기영합주의 복지선전전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상급식은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부자 무상급식'이자 '불평등 무상급식'"이라며 "인기영합주의 정책에 예산을 퍼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 시장의 인식과 달리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는 높다. 지난 3월 당시 서울시의회 이수정 의원(민주노동당)이 서울시민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8.9%가 이 정책에 대해 찬성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9월 시민 1만3816명을 대상으로 '예산편성 우선순위'를 물은 조사에서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꼽은 응답자가 47.1%(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지금 시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판단을 떠나 적어도 시민들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망국적 포퓰리즘'이나 '부자·불평등 급식' 등으로만 폄훼할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오 시장은 민선5기를 시작하면서 '소통'을 내걸고 '경청'을 강조했다. 다소 쉽게 승리를 점쳤던 한명숙 후보와의 박빙의 승부 끝에 오른 재선 고지, 시의회와 자치구의 바뀐 권력지도 등이 원인이 됐다.

이를 위해 시민소통위원회를 세우고 서울시 조직에 소통기획관 자리까지 신설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서울광장 조례' 공포거부에 이어 이번 무상급식에서도 정작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와의 소통은 거부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로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찬성쪽 의견이다. 반면 시 재정 상태를 감안해 무상급식 예산을 다른 곳에 우선 써야 한다는 것이 오 시장을 포함한 반대쪽 의견이다. 귀를 막고 입을 닫는 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밥상은 어른들의 싸움의 도구가 아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