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심한 회원국 부도낸다" 유럽 큰소리 정말?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2010.11.30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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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새 구제금융패키지 윤곽..채무상환능력 심사 추가

유럽연합이 아일랜드 구제금융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유로존 안정을 위한 새로운 수습방안을 28일(현지시간) 내놨다. 재정위기가 심해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채무재조정에 밀어넣어 민간 채권자도 손해를 보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28일 아일랜드는 긴축재정을 전제로 675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 부터 받기로 했다. 이 패키지를 받기 전 아일랜드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질적인 심사과정은 없었다. 이전 자금을 지원받은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유로존, 2013년중반부터 채무상환불능 여부 심사

그러나 2013년부터는 유로존 구제안이 달라진다. 위기를 겪는 나라가 구제를 신청할때 민간채권자도 손실을 일부 분담해야한다는 독일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상황적으로 2013년중반에 만료되는 7500억유로 규모의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을 대체할 새 펀드를 만들어야하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새 펀드의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EU가 마련중인 스킴은 경영이 어려워져 빚을 감당못하게 된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것과 유사하다. 재정위기가 심해 구제를 신청하면 그 나라가 '일시적 유동성 부족(liquidity shortage)'을 겪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근원적으로 나라살림이 어려워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한 채무상환불능(insolvency)위기인지 따지겠다는 것이다

만약 후자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만기연장, 금리인하 등 채무재조정 절차를 따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디폴트를 허용하는 조치다. 이과정에서 은행 등 민간채권자도 손실을 감수해야한다.

그러나 일시적 유동성 부족문제가 크다고 판단되면 채무재조정 없이 긴축 등을 전제로 자금만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2013년 6월 이후 발행되는 유로존 정부채권에는 공동행동 조항(collective action clause)을 붙이기로 했다. 만약 정부채권을 발행한 유로존 국가가 채무재조정을 받게 될 경우 전 채권자의 동의가 없어도 대표 채권자 협의에서 결정된 조정내용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사후 수습방안이라기 보다 사전 예방조치 성격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실행가능한지는 의문이 있다. 사적 기업과 달리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는 외교무대에서 한 주권국을 벼랑끝으로 모는 결정이 과연 가능한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재정위기는 외환유동성 관리 부실로 생긴 아시아 환란과 다르다. 은행 구제, 경기침체, 방만한 재정운용에서 생긴 펀더멘털 위기 성격이 강해 어디까지가 유동성 위기이고 어디까지가 채무상환불능 위기인지 구분이 힘들다.

채무상환불능 여부는 유럽집행위원회, IMF, 유럽중앙은행(IMF)에서 공동으로 판단한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추인받도록 돼 있다. 16개국중 한나라도 거부하면 안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회원국에 대한 디폴트 선언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사후 수습방안이라기 보다 사전적 예방조치로서의 의미를 더 크게 평가했다. 시장기능을 살려 회원국의 방만한 재정운용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란 얘기다.

어쨌든 최악의 경우 채무재조정으로 손실을 강제로 볼 위험이 생긴 만큼 민간투자자로서는 재정상태가 좋지 못한 나라에 대한 자금운용은 신중하게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조달금리 상승은 재정적자 과다국에 하나의 경고신호가 돼 미리 대비에 나서도록 할 유인을 준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다음 아일랜드'로 의심받고 있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위험프리미엄은 29일 크게 뛰었다.



포르투갈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일종의 지급보증료)은 5년물 국채기준 1000만달러당 2만3000달러 오른 50만2000달러를, 스페인은 2만2000달러 오른 32만3000달러를 나타냈다. 아일랜드는 1만8000달러 오른 60만4000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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