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과 전쟁행위…'중국 책임론'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2010.11.3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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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의 뉴욕리포트]중국 싸고도는 한 북한문제 해결 요원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출입기자의 첫 질문은 "전쟁행위인가"였다. 기자들의 질문이 집요했지만 백악관과 국무부는 대답을 꺼렸다. 대신 다른 말을 썼다.

백악관 대변인발로 나온 대북 비난성명은 "호전적 행동(belligerent action)"으로 묘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일련의 도발중 하나"라고 했지만 군사적 반격 가능성은 배제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한반도 긴장을 높이기 위해 고의로 저지른 행동(premeditated act)"이라면서도 "일회성(one-off) 행위"로 규정했다. 북한 도발이 "보다 넓은 차원에서 군사적 대결을 준비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전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번 북의 행위를 오바마대통령이 '만행'(outrageous act)'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휴전협정 당사국이라는 점 때문에 이같은 질문이 중점적으로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 소행을 전쟁행위로 규정하면 나도 전쟁으로 맞대응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우리로서도 당연히 원할 수 없는 해법이다.



이에 따라 북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외교적 차원에서 해결을 모색하는 지난한 과정이 또한번 시작됐다. 백악관과 국무부 출입기자 질문2호는 "중국이 제대로 역할토록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군사적 대응이 배제된 상태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좋은 말할 때 듣게 만드는' 일은 중국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처음부터 미국의 대중압박 의지는 강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할 수 있는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 핵포기까지 포함해 북한이 달라지도록 압박을 가해달라는 것이 미국측 주문이다.

미 언론에서도 이번에는 중국역할이 다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였다. 천안함 사태때 북한을 노골적으로 거든 중국이 국제적 비난여론이 높은 이번 돌발행동에 대해서까지 싸고돌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드러나는 중국의 행보는 '역시나'다. 중국 역할론에 대한 국제여론이 높아지자 내놓은 방안이 6자회담 재개다. 북한의 도발 직후 흔한 비난성명하나 내지 않은 유일한 강대국이다. "(양 당사자간)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행동 자제해야" "한반도 평화가 중요하다"와 같은 모호한 말로 대신했다.

원래 6자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다자간 협상테이블이다. 대화할 분위기도 영 아니지만 북한 자세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이상 논의가 의미없는 자리다. 북한내 변화를 촉발하는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바랬던 미국도 떨떠름한 표정이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선진국이 돼야한다는 필요성 탓에 국제적으로 미국이 하는 일에 별다른 딴지를 걸지 않아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곳은 절대로 양보않고 자기 페이스를 고집하는 만만디를 보여왔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저꼴로 남아있는 데는 중국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자신을 비롯한 타 공산권 국가들이 잇따라 자본주의에 접속, 새로운 성장의 길로 나아갔다. 그러나 북한 만큼은 그 기회를 거부한 채 인민을 굶기면서까지 핵으로 무장하고 남한, 서방세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유일무이한 세습 병영국가로 남아있다.

여기엔 북한을 적당히 지원해 미국의 동북아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바람막이로만 활용하는데 급급한 중국의 이기적 전략 영향이 크다고 본다. 북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 그때 그때 사건이 생기면 적당히 무마하고 덮어두기에 치중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때도 보여지 듯 중국의 싸고돌기는 북한이 변화를 거부한 채 주기적 도발을 양산하는 온상이 되고 있고 그 고통을 우리가 받고 있다.



반만년 역사동안 중국 때문에 받은 고통이 얼마인가. 그 역사의 비극을 21세기가 된 지금에서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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