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면 손해본다는데…"

머니투데이 하남(경기)=장시복 기자 2010.11.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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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4차 보금자리 하남 감북지구 가보니

↑축사가 밀집해 모여있는 경기 하남시 감북동 4차 보금자리 주택 예정지 전경. 29일 지구 발표가 나면서 일대 토지 거래가 멈췄다.↑축사가 밀집해 모여있는 경기 하남시 감북동 4차 보금자리 주택 예정지 전경. 29일 지구 발표가 나면서 일대 토지 거래가 멈췄다.


29일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도 채 안가 4차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된 경기 하남시 감북동에 도착했다. 거리상으론 거의 '강남 생활권'이었지만 주변 환경은 사뭇 달랐다. 길가를 따라 논밭 위로 물류 창고로 개조된 축사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었다.

이 지구는 최근 사전 예약에서 4.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3차 하남 감일지구와 100번 서울외곽순환국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두 지역은 지하 통로로 이어져 사실상 같은 생활권을 이루게 된다.



하남 감북지구는 감북동·감일동·광암동·초이동 일대 267만㎡에 2만가구(보금자리주택 1만4000가구)가 들어선다. 감일지구와 연결될 경우 총 435만8000㎡에 3만2900가구(보금자리 2만2600가구)의 대형 주거 단지가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발표를 환영하는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곳곳에는 "강제 수용도 억울한데 세금폭탄이 웬말이냐"는 내용이 적힌 감일지구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어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곳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감일지구가 지정되면서 '몇 차가 될지는 몰라도 감북지구가 지정될 것'이라는 얘기는 계속 돌았다"면서 "앞으로도 한동안 거래는 끊기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1차 보금자리 시범지구로 지정됐던 하남 미사지구의 보상이 2년째 지지부진하고 감정 평가액도 시세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하남지역에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감북동 D부동산 김모 대표는 "당초 보상이 순조롭게 이어질 줄 알고 은행 대출을 받았던 미사지구 땅주인들이 자금난에 묶이면서 경매 처분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하남지역 땅주인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졌고 매수세도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미사지구가 지정될 당시 개발 기대감에 하남의 다른 지역까지 시세가 올랐지만 '미사 학습효과'로 인해 거래가 뚝 끊긴 상태다. 도로와 인접한 그린벨트 전답은 미사지구 발표 이후 50만~100만원 뛰어 3.3㎡당 35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올들어 거래는 거의 끊긴 상황이다. 그린벨트 내 나대지는 120만~180만원, 맹지는 100만~150만원 선이다.

N공인 박모 이사는 "'땅이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면 오히려 손해본다'는 인식이 주인들에 팽배하다"며 "이곳의 축사로 사업장을 옮기려던 사업자들도 계약을 해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날도 지정 발표가 나자 지역 중개업소에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하남시 전역을 '베드타운화'하는 데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있었다. 13대째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모씨는 "조상들이 살던 땅이 강제 수용당하면서도 시세도 제대로 못받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며 "보상가로 다른 땅을 사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자족기능을 갖춰 지역 개발을 해야 재정자립도도 올라 갈텐데 아파트만 지어선 한계가 있지 않겠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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