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건설 M&A 후폭퐁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0.11.2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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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대건설 M&A 후폭퐁


"10년간 현대건설에 20조원을 투자한다고요? 도대체 어디서 자금을 끌어다 대겠다는 건지. 현대그룹 계열사 중에서 이익 내고 있는 곳이 도대체 어디 있나요. 현대그룹에 인수되는 순간 현대건설이 맏형이 될 텐데 그저 안쓰러운 동생들 챙길 일만 남은 셈입니다."(현대건설 직원 A씨)

"200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힘든 상황이 많았지만 묵묵히 회사를 지켜왔는데…. 앉아서 하한가 맞은 기분입니다. 8만원까지 끌어올렸던 주가가 뚝 떨어져 6만원도 붕괴 직전이에요. 주식시장이 우리 직원들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거죠."(현대건설 직원 B씨)



현대그룹이 지난 16일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현대건설 인수·합병(M&A)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의 우려와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 현대건설 노동조합은 채권단에 이번 M&A 우선협상자 평가기준 공개를 요구한데 이어 현대그룹의 실사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그룹이 써낸 인수자금 가운데 1조2000억원(11억달러)에 달하는 뭉칫돈의 정체도 논란거리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나티시스은행에 보유한 총자산이 33억원에 불과한 만큼 막대한 인수자금의 실제 주인이 누구냐는 의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이번 논란을 퍼뜨린 당사자로 현대차그룹을 지목하며 매각주관사의 비밀유지조항을 어긴 현대차의 예비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M&A를 둘러싼 여러 쟁점이 얽히고설키자 급기야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 체결일을 당초 예정보다 며칠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매출목표 10조원, 영업이익 목표 5000억원, 국내·외 수주 20조원에 도전하는 국내 건설업계 1위 현대건설 M&A의 안타까운 현 주소다.


지금까지 수주한 수십조원의 일감만으로도 몇년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기업. 직원 7000여명에다 국내외 현장 하청업체까지 합하면 수십만 명이 목을 메고 있는 현대건설의 새 주인을 가리는 일이 단순한 '머니게임'이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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