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위기의 하이에나, 헤지펀드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11.17 15:55
글자크기

아일랜드 부실은행 후순위채권에 눈독..값싸고 금리 높고, 리스크도 적정

아일랜드 재정 위기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은 대박을 좇는 이에게는 또다른 절호의 기회이다. 마치 누군가의 생존이 위협받는 속에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존재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전세계가 아일랜드의 위기 확산을 우려하는 사이 '바게인 헌터'(싼 물건을 찾아다니는 이들)인 헤지펀드들은 아일랜드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다고 빗댔다.



이날에는 아일랜드 국채 가격이 또다시 폭락하고 유로화 가치와 유럽 증시도 큰 폭 하락했으며 뉴욕 증시마저 아일랜드발 유럽 위기 악재로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됐다. 아일랜드는 국채 5년물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이 전일 대비 5.71% 상승한 521.830을 기록하는 등 '국가 부도' 우려도 더욱 커졌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수혈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으며 실제로 구제금융 지원 협의가 임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울러 구제금융 자금은 문제가 되는 은행권에 곧바로 지원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헤지펀드들은 이같은 상황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면서 특히 아일랜드 부실 은행들이 발행한 채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일랜드 부실 은행들의 회사채는 가격이 헐값으로 떨어진 반면 금리는 높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아일랜드 양대 민간 은행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AIB)와 뱅크오브아일랜드그룹의 파산 또는 채무조정시 발생하는 약 90억 달러의 후순위채권 청산액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후순위채권은 채권 발행 기업의 파산시 다른 일반채권과 예금채권 등 선순위채권에 대한 원리금이 지급된 후에야 청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처럼 변제 순위가 낮은 대신 선순위채권에 비해 금리가 높은 이점이 있다. 게다가 보통주나 우선주 등의 주식보다도 변제 순위가 앞서 리스크가 그리 큰 것은 아니다.


물론 정부 보증도 없는 이들 은행들의 후순위채권에 대한 리스크를 간과하긴 어렵다. 시장 정보 제공 업체 마킷에 따르면 AIB 채권 1000만 달러에 대한 일종의 보험 비용은 16일 현재 130만 달러로 지난주 10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나 올랐다.

그러나 최근 가격 반등세가 이같은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일랜드 부실 은행들의 구제금융 수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후순위채권의 차익 거래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 지난 12일 이후 AIB의 후순위채권 가격은 무려 20%나 급등했다. 또 뱅크오브아일랜드의 후순위채권 가격도 바닥을 치고 반등했다.



한편 아일랜드 위기가 헤지펀드들에게도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헤지펀드들은 아일랜드를 조세피난처로 이용해 온 터라 아일랜드에 위기가 닥치면 헤지펀드들은 아일랜드를 통해 전세계에 투자했던 자금들을 거둬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