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우려 확산에 '시장 출렁'..구제금융 '초읽기'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11.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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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증시·상품↓-달러↑.."EU·IMF-아일랜드, 구제금융 협상 임박"

아일랜드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1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국채시장은 여전히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유로화 가치와 유럽 증시는 또다시 큰 폭 하락했다. 아일랜드발 유럽 위기는 나아가 뉴욕 증시와 아시아 증시에도 상륙해 주요 악재로 작용하는 한편 달러 강세와 상품 가격 하락세를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증시, 외환, 상품 등 시장 다방면에서 아일랜드발 불안이 가속화되자 유럽연합(EU)과 주요 유로존 국가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아일랜드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서면서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수혈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출렁이는 금융시장..유로화·증시·상품↓-달러↑=은행권 부실과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부터 가중된 아일랜드의 재정 위기는 지난 8일 EU가 아일랜드의 내년도 긴축 예산 계획을 확인하던 때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금융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아일랜드 국채시장은 완전히 패닉 상태다. 이날 아일랜드 국채시장은 여느 때보다 심하게 허우적거렸다. 이날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3.5% 상승한 8.24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일 이후 무려 62bp나 오른 수치다. 또 같은 기간 동안 15년물 수익률도 57bp 올라 이날 8.303%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빚이 많은 상황에서 차입 비용마저 높아지자 '국가 부도' 위기도 더욱 커졌다. 이날 아일랜드 국채 5년물에 대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은 전일 대비 5.71% 상승한 521.830을 기록했다. 게다가 아일랜드 위기는 포르투갈과 그리스 등 기존 문제국들에 대한 우려까지 다시금 불러내면서 유럽 전체로 확산됐다.

특히 유로화는 지난 8일부터 이틀을 제외하고는 연일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4일 1.4207달러를 기록했던 달러/유로 환율은 이날 전일 대비 0.72% 하락해 1.3489달러까지 떨어졌다. 8거래일동안 무려 0.0718달러, 약 5%나 하락해 7주래 저점을 기록했다.

반면 달러는 경기회복 기대감에 더해 유로 약세 영향으로 최근 며칠 동안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에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88% 상승한 79.210을 기록했다. 지난 5일 이후 2.662포인트(3.3%)나 오르며 단숨에 9월 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같은 달러 강세에 상품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아일랜드에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위기감은 뉴욕 증시와 아시아 증시에도 상륙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중국의 긴축 우려에 더해 아일랜드발 유럽 위기가 주요 악재로 반영돼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전일 대비 1.6% 하락한 다우지수는 장중 2%까지 떨어지며 한 달 만에 1만1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또 17일 오전 아시아 증시에서도 아일랜드발 유럽 위기가 악재로 작용해 도쿄증시 등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구제금융 초읽기.."통제 가능한 위기, 제한적 영향?"=아일랜드 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을 받으라는 압박이 전방위에서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일단 자금을 긴급 지원하고, 적어도 이같은 조치를 통해 시장에 신호를 보내 위기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도에서다.



위기가 가속화되던 지난주 유럽 내에서는 독일을 비롯해 EU 주요 회원국과 ECB, IMF 등이 '끝까지 버티는' 아일랜드를 계속 압박해 왔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구제금융 지원을 통한 사태 진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시장은 더욱 요동쳤고, 그러자 이날 들어서는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졌으며 구체적인 구제금융 논의 소식도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아일랜드 구제금융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회의 관계자는 "아일랜드가 EU, IMF 등과 긴급 자금 수혈에 대한 협상을 벌일 것이며 구제금융 자금은 아일랜드의 재정적자 감축과 부실은행 지원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회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 IMF 자금을 포함해 최대 1000억 유로(1350억 달러)를 아일랜드에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는 EU와 아일랜드가 협상을 진행키로 합의해 구제금융 지원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IMF도 협상단을 아일랜드에 파견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아일랜드 정부는 수일 내에 지원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아일랜드를 압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도 "아일랜드 지원은 수일 내에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관망 중이던 미국 정부도 아일랜드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한 포럼에서 유럽이 아일랜드 문제를 신속하게 대처해 문제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압박이 고조되면서도 아직 시장이 기대하는 구제금융 여부의 조기 결정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제시카 호버센 MF글로벌홀딩스 애널리스트는 "보다 명확한 것이 필요하다"며"그런 것이 생기기 전까지 유로화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도 "문제가 악화될 것이기 때문에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채무 및 재정 위기는 사라지 않았고 연기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일랜드 위기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긴급한 현금 자금이 필요했던 그리스와 달리 아일랜드의 경우 자체적인 자금 여력이 있어 최근 상황은 시장의 과민반응이라는 지적이다. 또 그리스 문제에 대처했던 경험이 있는 유럽이 이번 문제에 신속한 대응을 취하고, 특히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만 하면 시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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