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총의 무리수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0.10.1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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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교총의 무리수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최근 교원 및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허용을 요구하고 나서 교육계 갈등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줄 알면서도 이 같은 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 한국교총은 "오죽하면 이러겠느냐"고 항변한다. 체벌전면금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교권이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고 정치권이 쏟아내는 무분별한 정책 폭탄으로 교육현장은 숨쉬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총의 항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드물다. 그 동안 한국교총의 주도면밀한 행보를 고려했을 때 이번 요구도 오히려 고도로 계산된 정치행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체벌전면금지와 학생인권조례를 들었지만 한국교총이 속으로 가장 못마땅해 하는 것은 현 정부의 '교육수요자 중심 교육정책'이다. 건국 이래 교육정책은 교사, 교수, 관료 등 교육공급자들이 장악해 왔는데 이명박 정부는 학생, 학부모 중심의 정책을 펼쳐왔다. 교원평가제 전면실시, 연4회 공개수업 의무화, 교장공모제 확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수요자 중심 정책'의 핵심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있다. 한국교총은 이 장관이 국회의원 신분일 때부터 끊임없이 대립해 왔다. 지난 '8.8 개각' 당시 교육계에서는 한국교총의 반발로 이주호 차관의 장관 승진 기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결국 한국교총의 이번 요구는 정말 정치활동 허용을 목표로 했다기보다 이익단체로서 회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 정부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협상카드 성격이 짙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카드는 '무리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체벌전면금지와 학생인권조례 문제는 지자체가 아닌 정부 차원의 대책이 추진 중이어서 '정치활동' 요구 명분으로는 빈약하다.


교육의 이념화를 막겠다면서 그토록 대립각을 세워온 '전교조'의 위법투쟁을 모방하는 것도 저의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교권수호가 학교만 보내도 되는 교육, 부패비리 없는 교육보다 더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18만명을 거느린 이익단체로서 회원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국민들의 성원 없이는 뜻하는 바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이 교원들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국교총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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