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차기회장은 누구? 순혈주의 vs 외부개혁자

머니투데이 신수영 정진우 기자 2010.10.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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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경영자 선임 영향력 갖고 있는 일본주주들의 3인방 퇴진결의로 후임찾기 빨라질 듯

'포스트 라응찬을 찾아라.'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빅3'의 권력투쟁으로 비춰지고 있는 '9.2 신한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라 회장 등 경영진 후임을 찾는 것이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 내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본 주주들이 라 회장과 신 사장 및 이 행장의 즉시 퇴진을 결의한 상황이어서 후임 경영진 찾기는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은 17%에 불과하지만, 신한은행 설립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인연 등으로 그동안 신한의 경영진 선임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신한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포스트 라응찬=신상훈'이라는 등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 사장만큼 라 회장에 이어 그룹을 이끌어갈 적임자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신 사장이 은행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일본 주주들로부터 동반 사퇴 결의를 받으면서 더 이상 효력이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포스트 라응찬은 내부인사를 비롯해 신한출신 외부인사 심지어 관 출신 인사들까지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번 사태 이후 가장 민감한 아이콘이 되고 있다.



현재 '포스트 라응찬'과 관련된 하마평은 무수하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을 비롯해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인호 전 신한지주 사장(현 고문),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등 그룹 전·현직 임원이 직무대행 또는 후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중 신한 내부에서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오는 사람은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과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먼저 최 전 사장은 2005년 통합방식을 놓고 라 회장 등과 갈등을 빚은 끝에 자리를 떠났다. 최 전 사장은 신한에서 사장직을 별 무리 없이 수행했다는 평가에다, 신한 출신 인사 중 누구보다 내부 문화를 잘 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이 같은 시기에 중립적으로 사태 수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야심가형 CEO' 스타일로 유명, 신한의 시계를 오히려 거꾸로 돌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전 사장은 재일동포 주주들과 폭넓은 교감이 있고, 그룹 내·외부적으로 관계가 원만해 위기 상황을 정리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빈한 스타일로 직원들의 신망이 높다는 평가다. 반면 홍 사장 역시 이미 한 시대를 보낸 오래된 인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이 많다. 이밖에 이인호 전 사장(현 고문)도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뒤탈이 거의 없을 정도로 깔끔한 일처리가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그룹 내부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다는 게 약점이다.


일각에선 관 출신 인사가 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혼란기에 신한과 전혀 상관없는 인사가 와서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배경에서다. 순혈주의가 지켜지고 있는 신한이지만, 결국 이번 사태도 순혈주의가 부른 참극이란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썩어서 벌어진 일'이라는 안팎의 시선 탓에 이제 외부 인사 선임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때라는 얘기다.

관 출신 인사 중에선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럴 경우 그동안 신한이 자랑하던 '무(無) 관치' 전통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게 부담이다.



그룹 내부 관계자는 "앞으로 라 회장을 비롯해 신 사장, 이백순 행장 등 3명이 모두 나갈 경우 조직이 필요한 인사는 정말 차갑고 털어서 먼지 하나도 안 나오는 사람이 와야 한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숙청과 같은 뒤끝 없이 이번 사태를 가장 잘 수습할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관 출신 인사가 오는 관치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 경영진 3인의 사임을 요구한 재일교포 주주들도 같은 의견이다. 이들은 "외부로부터의 선임은 안 된다"며 "그룹 내부에서 신한은행의 기본이념과 기업문화를 계승할 수 있는 우수하고 열의 넘치는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재일교포 주주는 "신 경영진은 현 경영진 3명이 빠진 이사회에서 선임하면 된다"며 "신한 내부에도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관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한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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