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작년검사 때 라응찬 실명제 위반 적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김지민 기자 2010.10.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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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검사때 신한銀 6명에 보낸 '질문서'가 대표적 증거

라응찬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회장의 차명 계좌 논란이 금융감독당국의 묵인, 은폐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5월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때 관련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다.

물론 금감원은 손사래를 친다. "논란이 됐던 라 회장의 차명 계좌를 들여다보려 했지만 검찰 수사로 자료가 없어 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게 현재 입장이다.



하지만 당시 검사 과정을 돌이켜보면 라 회장의 차명 계좌 정황을 알고 있었고 조사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이 확인된다. 13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지난해 5월 종합검사 때 금감원 검사 담당자가 신한은행에 보낸 '예금거래 실명 확인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질문서'가 대표적 증거다. 발신은 금감원 은행서비스총괄국에서 이뤄졌고, 대상자는 6명이었다.

질문서엔 '1.위반 내용'이란 제목을 쓴 뒤 위반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란 얘기다. 내용은 이렇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면 예금 계좌를 개설하거나 자기앞수표를 발행하는 등의 예금 거래시에는 본인으로부터 실명증표를 제출받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그러함에도 신한은행 영업부에서는 1998.7.30~2001.7.19 기간중 재일교보 이○○, 이○○, 한○○, 김○○과 내국인 이○○, 임○○의 예금계좌를 개설하면서 이○○ 등 재일교포에 대해서는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에서 예금명의자의 실명을 확인하였고 이○○ 등 1인에 대해서는 영업부에서 예금명의자의 실명을 확인하였으나 최초 개설한 예금 만기일에 동일인의 명의로 재예치할 때에는 예금자 명의인이 영업부에 내점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 91회 만기인출후 재예치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예금 등을 수취하였으며 2007.7.29-3.30 기간중 예금주 명의인이 내점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외 5인 명의의 예금을 인출해 자기앞수표를 발행하였음"

금감원은 뒤이어 "위 사실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질의하니 성실히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힌 뒤 6개 항목의 질문을 던졌다. 첫 질문은 재직 기간, 직책, 업무 등 개인 신상 내용이다.

두 번째는 6명의 예금 만기일에 예금을 인출해 재예치하는 과정에서 누구 지시를 받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이어 자기앞수표 발행 요청을 한 사람이 누구이며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답변해 달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네 번째는 6명 예금만기일에 예금을 인출하고 자기앞수표를 발행하도록 누구에게 지시했는지를 물었다. 금융실명 미확인과 관련해 어떤 책임이 있는지, 이번 사건과 관련 다른 의견이 있는지 등도 질문지에 담겼다.

금감원, 작년검사 때 라응찬 실명제 위반 적시


금융실명제법 위반 내용을 토대로 실명제 위반을 '지시'한 사람을 찾기 위한 질문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답변서나 확인서는 받지 못했다. 당시 검사반장이었던 안종식 금감원 실장은 "지난해 5월 종합검사 당시 차명계좌와 관련해 6명의 직원에게 질문지를 발송했지만 확인서는 신한은행에서 제출을 완강히 거부해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명계좌가 일부 있었다는 정황은 있었지만, 검찰 수사 중이었고 원본서류가 검찰 압수 중이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실상 '위반 내용'까지 적시한 상태에서 확인서 미제출 등의 이유로 검사를 중단할 수 있냐는 데 대해선 의구심이 남는다. 금감원의 '묵인'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위반 내용과 질문서 발송 사실 등이 금감원 '윗선'까지 보고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무선의 '판단'이 사태를 키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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