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동반퇴진 어렵다"..차명계좌 1000개 넘어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신수영 기자, 정진우 기자 2010.10.11 16:05
글자크기

정치권 "차명계좌 1000개 넘고 비자금 수백억 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 회장이 11일 거취를 고민하고 있으나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정치권에서 라 회장의 가·차명계좌가 1000개를 넘고, 운영액수도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돼, 라 회장이 점차 벼랑 끝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라 회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태평로 신한지주 본점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금감원을) 설득하면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거취를)지금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가능한 공백 없이 (경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밝혀 당분간 사퇴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직무정지 중인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포함, 신한지주 경영진 3인방이 동반 퇴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혼란기 동반퇴진은 쉽지 않다"며 "조직안정을 위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나"고 답했다.

실명제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금감원에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감독원이 나중에 판단하지 않겠나"며 소명에 최대한 나설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 15억 원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신 사장이 뭐라 하는지 모르지만 저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신 사장에 대한 고소취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라 회장은 또 차명계좌 개설과 관련, "예전에 했던 것이, 밑에 시킨 게 습관적으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이어져왔다"고 밝혔다. 계좌 존재를 인정했으나 관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들이 '50년 뱅커 인생이 불명예 퇴진할 위기에 몰렸다'며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착잡하다"며 "50년을 살며 나름대로 올곧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마지막에 이런 일이 생겨서 죄송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와 비자금에 대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 운영액수가 가야CC에 투자한 50억 원 이외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등 굉장히 많은 금액"이라고 주장했고, 같은 당 신건 의원은 "금감원 검사를 통해 라 회장과 연계된 가·차명계좌가 모두 무려 1000개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