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 미칠까"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10.10.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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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기준금리 결정..물가불안(인상) vs 환율불안(동결) 팽팽해

세계가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시키려는 환율전쟁에 휩싸인 가운데 오는 14일 개최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지, 아니면 인상될지가 환율방향과 수준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물가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현행 2.25%인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환율전쟁을 고려해 이번에도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 주목 = 실제로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배팅하고 있다. 8일 채권시장에서는 지표물인 국고채 5년물이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3.61%로 장을 마쳤다. 국고채 3년물도 0.04%포인트 하락한 3.27%로 거래를 끝냈다.

금통위가 환율전쟁을 의식해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국고채 금리가 내려갔다는 게 신동석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어야 하는 데 한국은행이 실기한 측면이 있다"며 "10월은 채소 값 급등에 따른 물가불안에도 불구하고 환율전쟁이 글로벌 차원의 이슈라라는 점에서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도 내심 기준금리 동결을 바라는 분위기다. 8월 광공업 생산이 10개월만에 전월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고 9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하는 등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원화절상을 부추기는 기준금리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환율 우려하는 정부도 금리 동결 기대 = 재정부 관계자는 "금리 정책은 전적으로 금통위 소관업무라 개인적인 의견이라도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최근 강대국간 환율전쟁이 결국 자국 기업의 수출가격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기회복에 있는 만큼 우리만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호주와 인도네시아 태국 중앙은행이 환율전쟁을 측면지원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D-데이를 불과 사흘 앞둔 현재까지 금통위는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국내·외 경제상황, 국내 금융시장 동향 등 세 가지 요인이 엇갈린 신호를 주고 있어서다.



일단 국내 경제 상황은 '인상' 쪽으로 치우쳐 있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6%로 치솟았다. 한은의 물가목표는 3%가 일종의 상한선이다. 이를 근거로 금융투자협회의 최근 조사에서는 채권전문가들의 60%이상이 금리인상을 점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 고민 깊어져 = 하지만 경기회복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금리 인상을 주저케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기대를 밑도는 등 실물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시장 상황도 인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풍부해진 글로벌 자금이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에 유입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는 내려가는 등 금리인상정책이 무력해지고 있다.

이처럼 금통위내에서 인상론과 동결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결국 최종 결정은 김중수 총재의 리더십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연차회의 참석차 워싱턴DC를 방문한 김중수 총재 지난 8일(현지시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물가 문제는 금통위에서 책임 하에 잘 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기록한 3.6% 소비자물가가 예상수준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고위 관계자는 "채소 값은 생활물가로 소폭 상승해도 서민들의 체감강도가 크지만 일시적인 성격이 강한 만큼 이를 근거로 기준금리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된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이외 금융시장 안정도 존재이유로 부여받은 만큼 물가 못지않게 최근 환율전쟁의 불똥이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현시점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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