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독한 항생제' 처방 4년 만에 2배 증가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0.10.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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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 가진 MRSA 검출, 스웨덴의 110배

국내 병원에서 성능이 강력한 항생제에 대한 처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가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강력한 항생제의 사용 증가는 또 다른 내성균의 출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8일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05년부터 5년간 '2, 3차 항생제'의 처방량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3차 항생제 처방량은 연평균 21%씩 늘어났다. 3차 항생제는 2005년 205만병(주사)이 사용됐는데 2009년에 434만병이 사용돼 2.1배가 됐다.



지난해 2차 항생제 처방량은 1억4474만개로 2005년 처방량 1억1525만개에 비해 2949만개 늘어 25.6%의 증가율을 보였다.

항생제는 균의 내성정도에 따라 1, 2, 3차 항생제로 분류된다. 1차 항생제는 별도의 규제없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사용될 수 있다. 대부분의 항생제가 1차 항생제다. 2차 항생제는 내성확산, 부작용 등의 이유로 광범위한 사용은 피해야 하며 일반 항생제에 대한 부작용 등 이유가 있을 때만 선택할 수 있다. 3차 항생제는 내성이 나타날 위험성 때문에 감염전문의의 사용승인이 있어야만 하는 등 사용이 엄격히 제한돼야할 항생제다.



특히 감기 등 비교적 가벼운 질병에 대한 외래진료를 주로 하는 의원에서 2차 항생제 처방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2005~2009년까지 의원급의 2차 항생제 처방은 50.2% 증가했다. 이는 종합전문병원 2차 항생제 처방숫자 증가율 14.3%보다 높은 수준이다. 의원급에서 2차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상급의료기관인 병원·종합병원·종합전문병원으로 갔을 때는 3차 항생제를 처방받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3차 항생제를 가장 많이 처방하고 있는 곳은 ‘종합전문병원’(52.1%)이다. 2009년의 처방량(231만개)이 2005년(111만개)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병원’의 3차 항생제 처방량 증가 속도도 빠르다.

병원에서의 3차 항생제 처방량은 2005년 14만9000병(주사)에서 2009년 48만3000병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병원에서 주로 맹장수술 같은 간단한 수술을 한다고 했을 때, 간단한 수술에서도 3차 항생제를 사용해야할 만큼 항생제 내성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 의원은 "슈퍼박테리아는 3차 항생제조차 듣지 않는 항생제내성균으로서 3차 항생제의 처방증가는 슈퍼박테리아 출현을 가져올 수 있다"며 "국가차원의 항생제 처방률 관리와 병원감염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항생제 내성 가진 황색포도상구균(MRSA) 검출률이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메치실린’이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MRSA가 병원에서 검출되는 비율이 65~70%였다. 미국 55%, 영국 40%, 스페인 28%, 호주 8%, 스웨덴 0.6%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2009년에도 국내 병원의 MRSA 검출률은 69.4%다.



같은 황색포도상구균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외국에서는 메치실린이란 항생제를 쓰면 되지만 한국에서는 반코마이신 같이 더 강력하고 새로운 항생제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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