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6일 서울 파이낸셜 포럼과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G20 관련 워크숍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신한지주와 관련한 현장조사는 일단 철수했고, 라 회장에 대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조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8월 하순부터 한 달 간 라 회장의 차명계좌가 개설된 신한은행 내 여러 지점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인 뒤 지난 1일 검사팀을 철수했다. 조사 기간 중에는 차명계좌와 관련된 각종 서류와 파일을 확보하고, 계좌 개설에 도움을 준 은행 직원과 명의를 빌려준 당사자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이 관계자는 "신한 사태가 경제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라며 "다만 법률적 검토 과정이 길어지면 최종 결론을 내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 회장은 지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50억 원 차명계좌 보유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연차 회장이 인수하는 골프장에 개인 돈으로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도 직접 차명계좌 개설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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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감원은 차명계좌 중 일부가 라 회장의 행장 재직 시 만들어진 신한은행 계좌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라 회장이 계좌 개설을 지시하거나 묵인하는 등 사실상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현재 부인도 긍정도 하고 있지 않지만, '법률적 검토 작업 필요성'을 언급한 점에 비춰볼 때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과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과 진술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창구직원은 물론 이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람까지 처벌받는다. 구체적으로 실명 확인 의무 위반 시 행위자는 고의·과실 여부를 따져 정직, 감봉 등 제재 조치를 받는다. 보조자와 감독자도 감봉이나 견책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 임원은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게 돼 있어, 만일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 더 이상 회장직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금융당국의 징계는 법률적 검토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부의해야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제재심의위원회는 매달 첫째, 셋째 주 열리기 때문에 법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빠르면 21일 해당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위반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라 회장은 그 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