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화 한다던 고시원, 이제와서 신축제한이라니···"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0.09.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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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예비창업자 등 서울시 고시원 신축제한대책에 불만

"고시원 양성화를 발표할 땐 언제고 이제는 신축 제한이라니요."

중소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다 올 초 퇴직한 신모씨(66)는 서울시가 발표한 '고시원 신축제한'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은퇴자금으로 20년 넘게 살아온 동작구 상도동 단독주택용지에 고시원을 짓기로 하고 전문 컨설팅업체에 견적비용을 의뢰하는 등 고시원 창업에 매달려왔기 때문이다.

신씨가 고시원 창업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정부가 고시원을 준주택으로 등재시키는 등 양성화 방침을 천명해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7월 건축법 시행령에 근린생활시설로 고시원을 등재, 사실상 고시원 '창업붐'을 일으켰다.



신씨는 "정부가 양성화 대책을 발표한 것은 고시원 수요를 인정하고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미아니냐"며 "주변에는 고시원 창업을 위해 경매로 나온 건물을 사들인 경우도 있는데 어떤 대책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29일 발표한 고시원 신축 제한 방침에 대해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불법시설물 단속이나 사전심의 등의 조치는 수긍하지만 주거지 슬럼화를 내세우며 설립용지를 제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포구에 있는 고시원 창업컨설팅업체 D사 대표는 30일 "출근하자마자 창업을 의뢰했던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수십통 걸려왔다"며 "불법시설물에 대한 단속 강화가 골자여서 기존 사업계획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거지 슬럼화를 이유로 고시원 신축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민들이 애용하는 고시원을 슬럼화로 등치시키는 '님비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고시원 수요에 대한 대안으로 서울시가 제시한 '원룸형 임대주택'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시는 고시원 단속강화방침과 함께 전용면적 20㎡ 이하, 바닥면적 660㎡ 이하의 원룸형 임대주택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도시형생활주택·고시원' 시공업체인 M사 대표는 "도시형생활주택보다 고시원이 더 많이 생긴 이유는 수익성과 수요자 요구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1인 임대주택이 성공하려면 적정 수준의 임대료 책정과 함께 민간 참여 유도대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고시원 불법시설물에 대한 단속강화나 사전 건축심의 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1~2인 가구 수요를 대체할 대책이 세밀히 다듬어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1~2인 임대전용주택이 고시원과 반지하주택 거주자 등이 생활할 수 있는 저렴한 대체주택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공급 규모와 시기 등은 국토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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