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올라 행복한 사람은 누구? 없을 걸~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정진우 기자, 김한솔 기자 2010.09.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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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금은방 주인 한숨쉬고, 은행 골드뱅킹도 썰렁

"요즘 돌반지 하는 사람 있나요. 저도 그냥 봉투(현금) 주고 마는데요."

귀금속 체인점인 한국금거래소 종로점 관계자 A씨의 말이다. 국제 금값이 13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종로지역 금 거래는 뚝 끊겼다.

28일 현재 부가세 10%를 포함한 국내의 공식적인 금값은 19만 8110원.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금 가격은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부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A씨는 4~5년전 금값이 1돈에 8만원 할 때는 돌반지만 한 달에 80개 정도 팔렸지만 요즘은 한 달에 한 두개 팔리는 게 고작이라고 밝혔다. 돌반지 뿐만 아니라 예물 매매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거래가 없다보니 종로가 귀금속 중심지라는 명성도 퇴색될 판이다. 20년간 종로에서 금은방을 해왔다는 B씨는 "돌반지는 물론이고 커플링이나 악세서리 찾는 사람도 드물다"며 "금은방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골목 뒤편엔 문을 닫은 가게들이 수두룩하다"고 하소연했다.



금은방 일을 시작한지 3년이 됐다는 박용범(45)씨는 "3년밖에 일을 안 해본 나도 요즘 장사가 안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사는 사람 뿐 아니라 금을 팔러 오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장롱 속에 꽁꽁 숨겨뒀던 예물이나 돌반지는 이미 지난해 말 금값이 치솟을 때 내다팔고 없는 탓이다.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엄청난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정에 있는 금이 거의 다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매입 물량이 하루에 8000만원 수준이었다면 지난달부터 추석 전까지는 하루 3000만원, 추석 이후에는 하루 3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나마 요즘 가지고 나오는 물건은 순금이 아닌 14K 반지나 목걸이가 대부분이란다.
금값이 올라 행복한 사람은 누구? 없을 걸~


◇ 금, 선물보다 투자용=금값 상승은 금의 매매 형태도 바꿔 놨다. 한국금거래소의 박정삼 대표에 따르면 4~5년 전 고객들이 내놓은 금은 돌반지가 70~80%, 예물이 20~30%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매물로 나온 돌반지는 10%에 불과하다. 대신 회사에서 연말행사로 받은 두꺼비나 행운의 열쇠 등이 5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이어 투자용 골드바가 20%, 예물용이 20%정도다.


고객이 사는 금의 용도도 달라졌다. 돌반지 및 예물용이 10%에 그치고 대신 투자용으로 골드바 구매 비중이 40~50%로 늘었다. 기업 행사용이 30%, 기타가 10~20%를 차지한다.

◇은행창구 분위기도 조용..실거래 없어= 은행 창구 분위기도 조용하다. 금값이 이미 너무 오른 탓에 고객들의 문의만 있을 뿐 창구에서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 C지점 관계자는 "금 가격이 너무 올라 고객들이 문의만 하고 그냥 간다"며 "팔려는 사람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그냥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 관련 시장은 이미 자산가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실제 거래는 별로 없다. 특히 금 가격이 온스 당 12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온스 당 1300달러 아래에서 큰 폭으로 움직이다보니 최근 수익률은 좋지 않다. 이날 기준 1개월 수익률은 -0.61%다. 반면 오래 전에 가입한 사람들의 수익률은 좋다. 6개월 수익률은 13.36%, 1년 수익률은 42.68%를 기록 중이다.

신한은행 D지점 관계자도 "요즘은 금 관련 고객 응대가 정말 힘들다"며 "매도를 희망하는 사람에겐 그냥 더 갖고 있으라고 말하고 매수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조금 더 기다리라는 조언을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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