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3.4조원인데 구입대출은 0.1조원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9.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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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조사 5개은행 올 실적… 전세대출 10월에 본격 증가 전망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매매시장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시장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데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집 주인들이 전세가격을 올리고 있어서다.

전세대출 3.4조원인데 구입대출은 0.1조원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신한은행의 전세자금대출(기금대출+당행대출) 잔액은 1조2355억 원으로 8월(1조1982억 원)에 비해 373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9월 잔액이 7221억 원임을 감안하면 1년 새 5134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봄 이사철이 끝나고 비수기로 구분되는 6∼8월 3개월 동안 1342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83억 원)보다 59억 원 증가한 수치다. 기업은행 역시 비수기에만 신규 대출이 720억5300만원 늘었다. 성수기로 분류되는 봄 이사철(3∼5월) 실적 836억8000만 원 보다 116억2700만 원 정도 낮은 수준이지만,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 역시 비수기인 6∼8월 3개월 동안 우리전세론과 우리홈론 등 자체 상품만1070억 원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4일까지 219억 원 증가했다.

국토해양부가 취합하는 5개 은행(기업 신한 농협 우리 하나) 기금 전세자금대출의 올해 신규 실적도 3조4000억 원을 기록, 구입자금 대출 실적(1450억 원)을 훨씬 앞선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 들어 구입자금 대상 조건을 강화한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주택시장 침체가 가장 큰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은행권 전세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은 매매시장이 침체된 탓에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가 없다보니 팔리지 않는 집들이 많아지고, 그에 반해 전세로 사는 사람들만 이동이 잦아지고 있는 것. 가을 이사철이 되면 계약기간이 끝나는 전세가 많은 탓에 수요증가로 전세가격은 오르고, 그에 따라 세입자들의 필요 자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전국의 주택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 비율은 2001년 69%까지 올랐다가 2008년 말 52%까지 떨어진 후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56%를 기록했다. 2005년 5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부동산 매매에 비해 전세로 수요가 몰리다 보니 전세가격이 오르는 분위기다"면서도 "침체된 시장 탓도 있지만 가을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추석 연휴가 끝난 만큼 이번 주부터 다음 달까지 전세자금 대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전세자금 대출 상담이나 문의는 많이 있는데 대출로 이어지는 시기를 10월로 잡고 있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강북에 비해 집값이 비싼 강남권에서 특히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전세자금대출=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에는 국민주택기금으로 나가는 '기금전세자금대출'(기업 신한 농협 우리 하나은행 등 5개 은행서 취급)과 각 은행별로 판매하는 '당행전세자금대출'이 있다.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면 85㎡(전용면적) 이하 주택에 대해 신청할 수 있다. 기금대출의 한도는 5600만 원, 당행 대출은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4000만∼6000만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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