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권 무산, 부동산업자 처벌가능할까?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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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구청장의 입안지시 후 실무진 반발과 제도 폐지로 무산 인정…사기죄 해당안돼

도시계획사업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별 아파트 입주권이 나올 것이라고 과장해 다가구 주택을 팔았다 해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기획부동산업자 오모(40)씨와 고모(51)씨에게 징역 2년6월과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오씨 등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가구 주택에 대한 도시계획사업이 계획된 바 없음에도 2006년 11~12월 피해자 5명에게 "도시계획사업으로 수용돼 특별 아파트 입주권이 나올 것이다. 윗선에 이미 다 작업을 해놓았다"고 거짓말해 모두 5억7200만원을 매매대금으로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오씨 등은 당시 구청장과 수행비서에게 도시계획사업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속여 매매대금을 받아 챙긴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오씨 등은 "당시 구청장과 수행비서로부터 해당 다가구주택이 도시계획에 수용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피해자들이 입주권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2007년 12월 서울시가 특별분양 입주권을 폐지한 탓"이라고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입주권이 나올 가능성이 불투명함에도 '공무원들에게 작업을 다 해놓아서 입주권이 나올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매매대금을 전부 받아 챙긴 이후 당시 구청장에게 다가구주택 수용을 청탁하면서 뇌물을 준 것이므로 오씨 등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매매계약 체결 이전부터 당시 서대문구청장 등에게 해당 주택의 계획 수용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넸고 당시 구청장은 2007년 4월 홍제동 다가구주택을 도시계획시설 대상 부동산으로 입안하도록 지시했으나 이후 실무진의 반발과 서울시의 제도 폐지로 무산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오씨 등이 피해자들에게 언급한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거나 다소 과장이나 허위가 있다 해도 일반 상거래 관행에 비춰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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