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전문가 정석훈 교수, '슈퍼박테리아 실체는?"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0.09.09 15:18
글자크기

건강한 사람은 걱정 'NO', NDM-1은 요로감염 어린이 취약

세균전문가 정석훈 교수, '슈퍼박테리아 실체는?"


정석훈 연세의대 세균내성연구소 교수(간사, 사진)는 9일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것일 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세균보다 전염이 잘되거나 독성이 강한 것은 아니다"며 "정상인도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 있는 신종플루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인도에서 유럽으로 번진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 '광풍'이 이웃나라 일본까지 상륙했다는 소식에 우리나라에도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매년 수백만명의 일본인이 한국을 찾는 만큼 우리나라에도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



건강한 사람도 접촉하면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부터, 제2의 신종플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불확실한 정보들로 공포감만 커지는 형국이다.

정 교수는 "모든 세균은 기회 감염균"이라며 "입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무 때나 감염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우리 몸 방어력에 문제가 있을 때만 감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할 때는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대장 등 뱃속 점막에 쌓여있다 대변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슈퍼박테리아가 한국에 상륙해 사람들의 손을 통해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 세균이 체내 조직의 다른 곳으로 침투하기 쉬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집단사망사고 역시 모두 중환자실에서 일어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감염 보고를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중환자실 환자들은 상시적으로 혈관주사를 꽂고 있거나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라 세균이 방어막 없이 바로 인체 조직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혈관에 꽂는 주사바늘에 세균이 묻어 있으면 혈액에 감염돼 곧바로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고, 인공호흡기에 묻어 있으면 폐렴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일본에서 문제가 됐던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균(MRAB)이 의료기구를 통해 감염되는 대표적인 세균"이라며 "따라서 병원 갈 일 없는 대다수 일반인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NDM-1형 슈퍼박테리아는 지역사회 전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병원에서 많아지다 보면 지역사회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NDM-1형은 요로감염이 주된 경로라 요로감염이 잘 일어나는 아이들은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소변을 볼 때 손에 묻어 있던 균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일단 감염되면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극히 제한적인 것은 물론 콜리스틴 등 치료가 된다고 알려진 약제는 독성이 강해 부작용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며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몸에 직접 닿거나 입에 넣을 수 있는 용품은 뜨거운 물로 자주 소독해주는 것이 좋다. 모든 세균은 50도 이상의 고온에서 죽는다.

정 교수는 "무엇보다 몸에 부담을 덜 주면서 효과적으로 슈퍼박테리아를 처리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바이오 제약기업들이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정부 투자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정석훈 교수는 1989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로 대학 세균내성연구소에서 일하며 항균제의 내성기작과 감염증의 분자역학에 대해 10년 넘게 연구해왔다.



2003년에 국내 항생제 내성률과 내성현황을 전국적으로 조사해 국제학술지(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에 게재했으며,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알려진 카르바페넴에 내성을 부여하는 효소 'VIM-2'를 생성하는 장내세균을 발견, 같은 학술지에 보고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임상미생물 분과위원과 대한임상미생물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