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공무원 50% 특채안'이 백지화된 이유는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09.0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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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장관 딸 채용 논란에 '신 음서제', '똥돼지' 신드롬까지

행정안전부가 추진했던 '5급 공무원 특채 비율 50%' 방안이 백지화됐다. 행안부가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지 채 한 달도 못돼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특채 비율을 지난 10년 평균인 37.4% 수준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행정고시를 통해 채용하는 인원도 현 수준인 250~300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행안부가 특채 비율을 늘리지 않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불공정 채용 논란이었다.

지난 7월 외교부 특별 채용에서 유 장관의 딸이 단독 합격한 사실이 알려졌고, 그 과정에서 유 장관이 개입한 정황마저 드러났다.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고, 특채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져갔다. 고위관료 자녀에게 벼슬을 내리던 고려시대의 '음서제'를 인용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마저 나왔다.



낙하산으로 입사한 유력자 자녀를 의미하는 신조어 '똥돼지'도 유행했다. 지금까지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주변의 '똥돼지'를 고발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행정고시라는 5급 공무원 채용제도에 대한 국민 정서도 만만치 않았다. 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된다는 점에서 행시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출세의 기회'로 인식됐다. 통과하기는 어렵지만 집안배경이나 학력, 재산 등과 무관하게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시험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행시를 폐지하고 5급 공무원 특채 비율을 높이겠다는 행안부의 방안은 "가진 사람들만 출세하게 만드냐"는 비판을 가져왔다. 행시를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이른바 '고시촌'에는 '고시 특채 음서제도 폐지하라'는 현수막이 걸릴 정도였다.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계속됐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행정고시 개편안은 한건주의 전시행정"이라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최고위원도 "행시 폐지는 반 서민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행안부에 5급 특채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날 당정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당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득했고, 행안부가 이 설득을 받아들여 특채 비율이 낮춰지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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