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한금융 권력투쟁과 '넘버3'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0.09.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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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는 물 위에서 폼 나고 우아하게 떠 있지만 물속에선 엄청나게 헤엄치고 있다. 산다는 게 그런 거다. 장난 아니다."

1인자 자리를 둘러싼 반목과 배신을 그린 영화 '넘버3'에 나오는 대사다. 금융권에 충격을 가져온 신한금융 사태를 보며 이 영화에 나오는 문장이 오버랩 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밖에서 보기엔 그 어떤 금융회사보다 탄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는 이미 '내 편 네 편'을 가른 채 곪을 대로 곪아있었다. 문자 그대로 '장난이 아니다'.



신한사태를 보며 이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 것이 또 하나 있다. '1과 2 그리고 3'이라는 상징어다. 신한금융의 1과, 2 그리고 3이 누구를 일컫는지, 또 사태가 이들 간의 파워게임 양상에서 빚어졌다는 해석은 이미 금융권에 파다하다.

도대체 무엇이 신한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을까. 아이러니는 신한사태를 끌고 온 것은 그동안 신한금융이 다른 금융회사들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고 인정받았던 것들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밖에서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던 라응찬 회장 1인 중심의 경영구조와 탁월한 리스크 관리, 서로를 믿으며 강한 조직력으로 뭉쳤던 내부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번 사태가 라 회장을 중심으로 한 권력창출과 엮여져 있다는 것은 이제 누가 봐도 다 아는 사실이 됐다. 신한은행이 전 은행장의 부정대출건을 고발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고소를 한 측과 당한 쪽 직원들이 편 가르기 양상으로 대립돼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를 통해 노출됐다.

하지만 사태가 벌어진 지 어느덧 엿새가 흘렀지만 핑퐁게임 하듯 갈수록 혼란만 증폭되는 분위기다. 은행 경영을 책임지는 행장은 사장 해임에 반대하는 재일교포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일본을 두 차례나 방문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경영진 공백에 따른 누수현상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영진 갈등으로 인한 CEO 리스크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는 것인지는 최근까지 계속됐던 경쟁은행의 사례를 보고 충분히 학습했을 것이다. 오늘의 신한금융을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주변 사람들의 진심어린 고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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