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로 예정됐던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의 첫 크루즈선 본 계약이 올 연말로 미뤄졌다. 당초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것으로 두 차례 지연되는 셈이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10만톤급 크루즈선 건조에 대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선박의 기초설계 작업도 진행된 상태다.
삼성중공업이 크루즈선 수주를 발표했던 지난해 말은 글로벌 조선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선가가 급락한 시기였다.
크루즈선은 일반 상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아 불경기에 주목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으로선 '첫 건조'라는 상징적 의미와 '숙원' 달성이라는 명분도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LOI를 통해 크루즈선 사업의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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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 조선경기가 회복되면서 삼성중공업은 올 8월까지 지난해 연간 수주액인 14억 달러의 3 배가 넘는 51억 달러의 수주를 기록하고 있다. 굳이 크루즈선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초기에는 적잖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시장의 시각도 부담스럽다. 이미 유럽 조선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피나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물론 크루즈선 시장 진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삼성중공업 등이 크루즈 아래 단계인 여객선을 수주했을 뿐 그간 자체 기술로 크루즈선을 건조한 실적이 없다. STX (5,320원 ▲20 +0.38%)그룹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역량을 확보한 것. 그나마 삼성중공업이 여객선 6척을 성공 건조해 자체 기술로는 가장 근접했다는 평이다.
김대유 STX 신임 대표이사는 최근 "크루즈선 사업은 조선이 아니라 최고급 건설사업이어서 시장 진입이 대단히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선 삼성중공업에 호황 때 위기를 준비하는 지혜를 주문하고 있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크루즈선 시장이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망이 완벽한 신사업은 없다"며 "'빅3' 중 상대적으로 신성장동력이 부족한 삼성중공업에는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