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규제 완화는 다른 나라 얘기"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09.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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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폐지 첫 날]시큰둥한 노·도·강


- 지역적 특성상 규제완화 온기 퍼지기엔 시일 걸려
- 남양주·의정부 등 보금자리, 신규입주물량이 발목


"DTI가 해제됐다한들 이 지역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안 보이는데 빚내서 집사려고 하겠습니까."(상계동 P공인관계자)



주택담보대출시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한시적으로 폐지된 첫날인 2일. 노원, 도봉, 강북 등 소위 서울 '노도강' 부동산시장은 싸늘했다. 8·29대책으로 인한 규제완화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선 급매물이 거래되기도 하지만 강북은 여전히 기대심리가 살아나지 않아 냉랭한 분위기다.

강북구 번동 미래공인 관계자는 "규제가 풀려 투자수요도 유입되고 거래가 늘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하지만 이곳 사정을 보면 다른 나라 얘기"라며 "휴가철도 끝나서 거래가 좀 되겠다 싶었는데 여전히 매수자들의 문의조차 없어 썰렁하다"고 말했다.



궂은 날씨 탓에 강북의 주요 은행지점 창구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우리은행 미아지점 관계자는 "태풍, 비바람으로 날씨가 좋지 않아 방문하는 고객들도 없고 주택담보대출 문의전화도 오지 않아 창구가 한산하다"며 "부동산 경기 자체가 안 좋으니까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서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늘어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는 강북의 경우 지역적 특성상 강남에 비해 집값변동이 크지 않고 규제완화에 대한 반응속도가 느려 한동안 소강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수요보다는 실거주자가 많아 부동산 가치 상승의 뚜렷한 신호가 없는 한 쉽게 매입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봉구 쌍문동 K공인 관계자는 "현재 집값이 오른다는 심리적 기반이 약해 매수 분위기 자체가 가라 앉아있다"며 "강북은 버블세븐 지역이고 움직이고 나서 뒤늦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규제가 풀렸다고 해도 햇볕이 들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강의 경우 인근 남양주, 구리 등지에 보금자리주택과 신규입주 아파트가 많은 것도 집값회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국민은행 노원지점 관계자는 "그동안 남양주나 구리, 의정부 등지의 경우 집값이 저렴하다는 생각에 노원, 도봉 쪽 거주자들이 아파트를 구입하고 대출을 받으러 온 사례가 몇 건 있었지만 노원이나 강북 등 서울은 생각보다 구입자금은 많이 들어 대출 건수가 별로 없다"며 "DTI가 풀렸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원구의 경우 상계주공7단지 50㎡(이하 전용면적)가 올 초 3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2억6000만원에도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상계동 L공인관계자는 "상계주공단지는 지난해 9월 대비 가격이 20% 정도 떨어졌지만 거래가 되지 않는다"며 "이번 대책마저 효과를 내지 못하면 가라앉은 강북 부동산시장은 답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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