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3세 이재찬, 별거·실직 중 투신자살(종합)

머니투데이 박성민 기자 2010.08.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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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3세 이재찬, 별거·실직 중 투신자살(종합)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손자 이재찬(46)씨가 18일 오전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이 씨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아파트 경비원 신모(61)씨는 경찰 조사에서 "현관 앞 주차장 주변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가보니 흰색 면티를 입은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오후 지인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이씨의 아파트를 확인해 본 결과 외부침입이나 타살을 의심할 만한 흔적이 없었다"며 "투신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도 원치 않아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경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시신은 (빈소인)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 이유에 대해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2000년무렵) 새한미디어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며 계속 무직상태를 유지,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상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생활고라기보다는 재벌로 살다가 사업에 실패를 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그는 집 안 상황에 대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어수선해보였고 쓰레기 속에서 비만치료제를 발견했다"며 "약의 성분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부 보도처럼 우울증 약은 아니었고, 약물중독 또한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웃 주민들은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가 삼성 그룹의 3세라는 사실을 아는 주민들은 드물었지만 밤늦은 시각 큰 소리를 지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종종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동에 거주하는 이모씨(76)는 "이 씨가 늘 밤늦게 들어오는 편이라 동네 사람들과 잘 알고 지내지는 못했다"며 "가끔 밤에 혼자 소리를 지르곤 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울증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거주하던 아파트는 33.7평(111.4㎡)형으로 1994년쯤 입주가 시작된 낡은 아파트다. 이씨는 5년 전부터 월세 150만원을 내고 가족과 떨어져 이곳에서 홀로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용산서에서는 남성 2명과 고인의 부인이 최모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2명의 남성은 이씨와 함께 새한그룹쪽 일을 하던 20년 지기로 전해졌다. 남편과 별거 중이었던 최씨는 검은 옷을 입은 채 초췌한 모습으로 한 시간 가량 조사에 응했다. 유족으로는 두 아들이 있다.

이씨는 고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둘째아들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다. 고 이창희 전 회장은 1991년 혈액암으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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