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680억 횡령했는데, 감시시스템 정상?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0.08.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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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680억 횡령 사건의 전말은

"수년 전부터 내부 통제 시스템이 크게 강화됐죠. 그래도 고객 스스로 조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외환은행 선수촌WM센터 전 지점장 정모씨(47세)가 2년간 고객 돈 683억원을 빼돌린 사건과 관련, 11일 금융권에서는 '웬만해서는 있기 불가능한 일'이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 지점장은 2008년 초 지점장으로 부임한 뒤부터 올해 초까지 2년에 걸쳐 VIP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다른 회사에 빌려줬다. 경찰과 외환은행측은 정씨가 2008년 프라이빗뱅킹(PB) 고객 예금 수백억 원을 펀드와 MMF 등에 투자했다가 금융위기가 닥치며 손실을 보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통장을 관리해주던 VIP 고객 3~4명(15개 계좌)을 대상으로 입출금 전표를 만들어서 돈을 빼냈다. VIP고객들 가운데 통장과 도장 등을 맡겨놓는 경우가 있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이렇게 빼낸 돈을 자신의 친인척 명의로 다른 회사 4곳에 대출해줬다. 경찰 관계자는 "두 자리의 높은 대출이자를 받아 손실을 메우려 했으나 돈을 빌려준 기업들이 제때 갚지 않으며 물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고객의 통장과 도장 등을 은행에서 맡아 주는 일은 불법이다. 과거 친분 등을 내세워 거액고객의 편의를 봐준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상당히 내부규제가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의 한 PB센터 팀장은 "수년 전부터 컴플라이언스 부분을 크게 강화, 고객 상담 직원과 전산 처리 직원을 분리하는 등 사고 방지체계를 갖췄다"며 "고객 자산이 일정 금액 이상 변할 경우에도 바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역시 "만일 고객이 모르고 도장을 그냥 놓고 간 경우에도 해당 직원이 지점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고 결제를 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줘야한다"며 내부감시 시스템이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한 번 더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도 한 시중은행의 PB 담당 직원이 14억여 원의 고객 정기예금을 인출한 혐의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일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과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는 PB업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기 쉽다"며 "지점장은 정상적 업무절차를 생략할 수도 있어 이런 행위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준법감시제도(영업점컴플라이언스제도)등으로 상호간 견제 장치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너무 형식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돼 있을지라도 개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허점을 찾을 수 있다"며 "친하다고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고 자신의 통장 내역 등을 자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환은행은 해당 지점장을 보직 해제하고 최종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씨는 자신이 고객에서 포괄적 위임(일임매매)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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