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설탕價 이상기후 타고 '화끈'

머니투데이 송선옥 김성휘 기자 2010.08.0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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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유럽·인도 가뭄 등 작황 악화... 투기세력 가세이어 식품업체 부담

전세계가 이상기후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설탕 밀 등 상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10월물)은 지난달 29일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파운드 당 19.57센트로 뛰었다. 4개월래 최고다. 이로써 원당가격은 7월에만 22% 상승했다. 올 연말께 19.75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데 비하면 가격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

9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2일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에서 전일대비 2.4% 상승해 부셸당 6.772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10월이후 최고치다.



◇이상기후, 작황악화로=원당과 밀이 이처럼 ‘비싼 몸’으로 거듭난 이유는 기후 때문이다.

밀은 러시아의 가뭄이 큰 영향을 끼쳤다.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년만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러시아의 작황부진이 예상되면서 투기수요가 몰렸고 이는 밀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밀 가격의 상승은 지난 6월 캐나다의 폭우로 곡물 파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촉발됐다. 이와 함께 유럽지역의 고온건조한 기우와 폭우 등 기상악화도 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밀 트레이더들은 서부 호주의 건조한 기후에 주목하고 있다. 호주에서 가뭄이 이어진다면 밀 생산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품업체 부담 '쓴맛'=원당은 최대생산국인 인도가 6~7월 강수량 부족사태를 겪으면서 ‘쓴맛’을 봤다. 6월 강우량이 예전 기록에 16%나 모자라면서 사탕수수 지배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대지못했고 이는 작황악화로 나타났다.


또 현재 122척의 원당 수출선이 브라질 6대 항구에 발이 묶여 있는 것도 원당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 물량만 362만톤에 이른다. 가뜩이나 항구 인프라가 부족해 물동량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하는데다 최근 비가 많이 온 영향도 있다.

설탕은 습기에 노출되면 녹는 피해가 생기므로 선적과 이동작업은 날씨에 매우 민감하다. 이 때문에 브라질 내륙에서 원당을 싣고 온 트럭들은 항구에서 짐을 부리려면 40시간씩은 기다려야 한다.



이에 비해 올해 설탕 수요는 전년비 1.7% 늘었다. 국제설탕기구(ISO) 조사 결과 수요 대비 재고율은 20년만에 가장 낮은 32%로 떨어졌다. 조사기관 F.O.릭트에 따르면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의 설탕 재고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원당가격 상승은 글로벌 식품업체의 비용부담을 늘린다. 지난해 원당값 상승에 몸살을 앓았던 크리스피크림도넛, 허쉬 등이 올해에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크리스피크림은 이미 일부 제품 값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CJ제일제당 (310,500원 ▼11,500 -3.57%)이 지난 1일부터 설탕 출고가를 평균 8.3% 인상하는 등 원당가격 상승 여파가 미치고 있다.



원당가격은 생산감소 탓에 내년에도 상승할 수 있다. 코잔 인두스트리아&코메르시오의 마르코스 러츠 최고경영자(CEO)는 브라질 최대 사탕수수 재배지역인 중남부의 내년 원당 생산량이 올해 전망치인 2800만톤보다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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