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좋다고? 인플레 경고등 켜졌다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10.07.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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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엔 공감… "부동산 시장 상황, 선진국과의 금리차 고려해 신중해야"

국내 유력 대기업에 다니는 부장 A씨. 올해 연봉이 6%가 올랐는데 씀씀이엔 큰 차이가 없다. 물가가 3% 가까이 오른데다 살고 있는 아파트 값이 1억 이상 떨어져 실질 연봉은 오히려 감소된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뉴스에 쓴 웃음만 난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본격 확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추가금리 인상이 필요하긴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폭과 속도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이 비율은 지난 2월 3.2%를 기록한 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3~6월 줄곧 3.0%를 유지해 오다 7월 상승세로 돌아섰다.

상승폭 0.1%포인트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구간별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 2.5~3.5%가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8.6%로 전달에 비해 2% 포인트 감소했다. 이 비율은 지난 4월 55.4%를 기록한 뒤 53.8%(5월), 50.6%(6월)로 매달 감소 추세다. 반면, 3.5~4.5%라고 응답한 비율은 18.2%에서 19.3%로 1.1% 포인트 늘었다. 이 비율은 지난 2월 22.2%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는 상품 가격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실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의미있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현재 생활형편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5로 전달에서 1포인트 하락했다. 생활형편전망CSI는 105로 전달과 동일했다. 경기는 좋아지고, 그에 따라 물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생활형편은 나아진 게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기대인플레이션율과 함께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전조의 기준으로 삼는 제조업 가동률ㆍ명목임금 상승률도 일제히 상승세를 타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제조업 가동률은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지난해 1월 62.8%였던 게 지난 2월 80.3%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80%대를 회복했다. 이후 줄곧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 5월엔 82.8%까지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가동률이 80%대를 넘어서는 상황이 수개월째 계속된다는 것은 수요가 증가할 경우 생산을 탄력적으로 늘리기 힘들어지는 바틀넥(병목)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목임금 상승률 추이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명목임금상승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1~3분기 분기별로 -1.9%, -1.6%, -1.2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4분기 1.9%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후 지난 1분기엔 6.0%로 급상승했다. 명목임금 상승은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된다.

인플레이션이란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정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한은이 1997년부터 인플레이션 타깃팅 제도를 시행하면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3%에 맞춰 놓고 있어 그 이상인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알람이 켜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은의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은 올 하반기 3.0%로 올라 선 후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5%, 3.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최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15차 동아시아ㆍ대양주 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대를 이유로 들며 "역내 회원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상황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통화당국은 지난 금통위에서 금리를 2.25%로 0.25% 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 될 경우 추가금리 인상이 잇따를 것이란 시그널을 이미 시장에 보낸 상황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상을 할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추가 금리인상은 가계 부채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집값 하락 속도를 키움으로써 부동산 시장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5월말 현재 가계대출 규모는 346조원으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이자 부담이 3조4000억원 가량 증가한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조치로서의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론이 거의 없다"면서도 "최근 부동산 시장과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금리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속도를 세심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2.50~2.75% 정도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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