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불법 사찰' 2라운드…비선조직 밝혀지나?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07.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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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는 23일 이인규 전 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을 구속하면서 총리실로부터 수사 의뢰된 주요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했다. 이 전 지원관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향후 검찰 수사에도 상당 부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호 전 비사관 소환조사 초읽기



이제 검찰의 칼끝은 사건의 몸통에 해당하는 '윗선 조직'의 존재 여부와 비선 보고 의혹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이 전 지원관으로부터 사찰 결과를 사선 보고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근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이용호 전 비서관이 2008년 9월 경기 양평군의 한 리조트에서 2박3일간 열린 지원관실 직원 워크숍에 참여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이 이 지원관의 개입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로 보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직무와 관계없는 지원관실 워크숍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은 지난 23일 구속된 이 전 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을 상대로 보강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지원관 등은 그동안 조사 과정에서 윗선 개입 여부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검찰은 구속 이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보강조사를 통해 이 전 지원관 등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불법 사찰을 했는지, 어느 선까지 보고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보강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 전 비서관을 이번 주 중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서 비선 보고라인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는 박영준 국무차장에 대한 수사 확대 여부는 이 전 비서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검찰은 물증 확보를 위해 휴대전화 통화목록, e메일 송수신 내역 등 통신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락 총괄과장 역할에 주목

검찰은 진경락 지원관실 총괄과장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진 과장은 이 전 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다가 윤리지원관실이 생기면서 자리를 옮겼다. 진 과장이 이 전 비서관과 이 전 지원관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진 과장이 이 전 지원관에게 불법 사찰 지시를 내리고 결과를 보고받아 비밀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비밀 문건이 이 전 비서관 등 정상적 보고 경로가 아닌 비선 라인으로 보고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이 전 지원관의 연결 고리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진 과장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조만간 진 과장을 재소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적 증거인멸 개입 인물 추적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 9일 압수수색이 실시되기 전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 증거인멸을 지시한 인물을 찾는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당시 이 전 지원관과 김 전 팀장은 직무에서 물러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3의 인물이 증거인멸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인물이 불법 사찰의 지시와 보고에 직접 관여했거나 간접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아울러 검찰은 문제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구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의도적으로 치밀하게 훼손된 문서 파일에는 비서 조직의 전모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지원관실이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부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최근 한 총리실 직원은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사찰 뒤 내사 보고서를 작성해 이인규 전 지원관의 결재를 받은 뒤 기획총괄과에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진 과장의 보강수사가 이뤄질 때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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