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채? MB 발언에 긴장한 캐피탈 "현실은…"

머니투데이 배성민 김유경 기자 2010.07.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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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연봉이 다르듯 사람의 신용에 따라 이자율도 차등화를 두고 있는 게 금융시장입니다"

캐피탈사 등 금융사들은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재벌 캐피탈사 이자율은 사채 수준'이라는 발언을 두고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꺼리면서도 난처함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에서는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가 낮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볼멘 반응도 내놓고 있다.

A 캐피탈업체의 대표는 "미소금융과 캐피탈의 저신용자 대출은 개념부터 다르다"며 "미소금융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환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대출 승인조차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캐피탈업체들은 미상환 위험을 감수하고 대신 금리를 높여 운용하는 것이라며 이자율을 제한할 경우 그동안 높은 금리로라도 대출을 받았던 저신용자들이 오히려 대부업체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대부업 상한금리는 지난 21일부터 44%로 인하된 상태. 이 때문에 대부분의 캐피탈업체들은 실제 금리를 30%대 후반으로 낮추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고객의 상환능력도 더 까다롭게 심사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B 캐피탈업체 관계자는 "대출이자가 40%를 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상한금리가 60%대일 때에도 40%대의 이자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B업체는 현재 개인 신용에 따라 연7.99%~39.99%로 차등화된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가장 높은 이자율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우선 신용등급(1~10등급)이 3등급 이내이면 제1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4등급 밑으로 내려가면 제2금융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하지만 8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는 제2금융에서도 금융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26일부터 서비스될 '햇살론' 역시 10등급의 저신용자가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에 따르면 대부업체들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1.2%이다. 대부업계에서는 현재 불법 사금융 업체가 60%에 달하는데 최고이자율이 인하되면 등록대부업체들조차 무등록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최고이자율을 추가 인하할 경우 대부업계 내 대출 승인율은 현재 20%에서 15%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캐피탈업체와 일반대부업체들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100명중 85명이 무등록업체로 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 캐피탈 회사로 특정짓긴 했지만 은행을 기반으로 한 금융지주사 등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미소금융사를 운영하는 이들 중에 대기업 말고도 은행 등 금융지주사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표현을 옮기면 미소금융을 이용(돈을 빌리는)하는 이들이라면 '이 돈으로 은행과 은행계 캐피탈회사 등에 돈을 갚아 은행 쪽을 이용하면 되지 않냐'는 논리도 성립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은 대개 캐피탈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신용상태와 대출 조건 등을 지닌 고객을 은행 또는 계열사에서 모두 흡수하기 위한 차원이다. 은행(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이들이라면 카드사, 캐피탈 회사 등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은행들이 특히 긴장하는 이유는 과거 정부 고위층과 정치권에서 ‘쉽게 돈버는데도 돈은 많이 번다’라는 식으로 은행원의 연봉 수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개인의 신용상태와 연체여부 등 다양한 잣대로 결정되는데 고금리여서 나쁘다는 식으로 재단하면 곤란하다”며 “돈을 빌리기 어려운 이들이라면 제도권이 아닌 사채시장을 찾게 되고 또다시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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