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실수요자의 거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DTI 완화는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시장의 금융규제 완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정부와 여당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기 위한 여론형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발단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최 장관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을 때 쓰는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있을 때는 이를 신축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일엔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한몫 거들었다. 고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 장관의 견해를 인용하며 "시장에서는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조금씩 완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컸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DTI 규제 완화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만희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달안 대책을 내놓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중인데 부처간 이견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면서도 "DTI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활성화 보다는 집값 안정을 우선시 해 온 재정부도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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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DTI, LTV 완화는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등 재정부의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LTV라는 안전판이 있는 만큼 DTI 규제를 일정 정도 보완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DTI 규제 완화는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시장의 요구가 강하니까 일단 검토해 볼 여지는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DTI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불과 한달 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결정했던 것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어서 정부의 부담이 적지 않다. 정부부처간의 견해차도 커 조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론의 공론화 작업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달말로 예정된 부동산 대책 발표에서 DTI 규제가 빠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DTI 규제 완화를 이번 대책에 넣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상당하다.
그렇지만 ‘정무적 판단’이 가미될 경우 DTI 규제 완화는 당장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향후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거래침체가 계속 될 경우 결국에는 꺼내 들 수 밖에 없는 카드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